대북 쌀지원, 더 이상 늦추지 마라

장경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실장

  • 입력 2008.06.08 15:54
  • 기자명 장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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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도무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북측의 핵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가 조만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북미 양측은 약 50만톤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에 합의하는 등 북미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냉각상태의 남북관계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10.4선언 기초, 관계 개선해야

▲ 장경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실장
게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북핵폐기와 북미수교라는 제3단계로의 진전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북미관계를 완전히 정상화시키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6자회담의 진전과 북미관계 개선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곧 우리 눈앞에 펼쳐지게 될 현실이 될 것이다. 주변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 점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상식이다. 동북아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각축을 벌이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통일지향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와 민족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하는 민족 공동의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자면 남북 어느 한 쪽의 노력보다는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 시점에서 그나마 불행중 다행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급격하게 얼어붙던 남북관계가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의 긴장악화가 6자회담의 진전이나 북미관계의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수준에서 만족할지는 몰라도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남북관계가 얼어붙기 이전의 상황으로 해빙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당국간 교류협력이 중단된 상태에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빠르게 해빙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 현안이다.

그 방법도 이미 제시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아무런 조건 없이 쌀을 지원하는 것이다. 작년의 수해와 중국의 곡물수출통제 그리고 국제 곡물값 폭등으로 인해 북측이 식량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다. 비록 식량부족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대북 쌀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여 진다.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고, 시민사회에서도 무조건적인 대북 쌀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북 쌀지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빠른 시일내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해빙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실용적인 모습일 것이다.

쌀지원과 아울러 향후의 남북관계를 풀어감에 있어서 종전의 남북간 합의에서 출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역시 새로운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 역사적인 남북간 합의가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루어왔던 원동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의 성과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일관성을 견지하는 것이야말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는 디딤돌이라는 것은 이미 역사 속에서 증명되었다.

남북 관계 녹이는 기폭제로

이명박 정부 역시 역대 정부에서 이루었던 남북관계의 성과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대내외에 밝힌다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13합의와 6자회담의 진전 그리고 남북정상회담과 10.4선언에서 확인되었듯이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선순환이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조속히 대북 쌀지원을 시행하고 남북관계의 과거 성과를 인정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빠른 시일내에 남북관계에 봄기운이 감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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