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가격폭락, 못 잡나 안 잡나

FTA 폐업지원, 내년 10월까지 시행 … 연내 집행은 불투명
“내년에도 시장불안 계속되면 어쩌나” 유통업자만 반색

  • 입력 2018.12.02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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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연말이 됐지만 염소 산지가격 폭락세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염소농가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보고 있다. 주요 대책들도 당장 연내에 시행되기 어려워 정부가 가격폭락을 막을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북 남원시에서 염소 600여두를 사육하는 최기표씨는 3년 전에 염소사육을 시작했다. 최씨는 “최근 염소시세는 거세염소가 ㎏당 6,000원 가량을 받았다. 생산비가 ㎏당 8,000원 정도이니 지금은 염소 팔아서 사료 먹이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중간유통상인들이 마릿수가 있으니 그나마 더 준거지 ㎏당 5,000원을 받는 농가도 있다”라며 “염소는 어디에서 기준이 될 가격을 확인할 통로도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염소 산지가격 폭락이 장기화되며 올해 FTA 피해보전직접지불 및 폐업지원 대상 품목에 염소가 포함됐다. 처음엔 FTA 피해품목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염소농가들의 항의로 어렵게 지난 6월에야 지원 대상품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폐업을 희망하는 염소농가는 마리당 15만9,000원을 지원받고 폐업할 길이 열렸다. 낮은 보상가에도 불구하고 1,000여 농가가 폐업을 신청해 지원대상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조차 내년에나 현장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중순 무렵 폐업지원농가를 확정해 시·도로 폐업지원금 교부 공문을 전달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사정상 연내 예산 추경이 어려운 상황이다. 광역지자체 중 가장 염소사육 규모가 큰 전라남도는 내년 1월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남은 124개 농가가 폐업지원대상이다.

경상북도도 비슷한 사정이다. 경상북도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농식품부에서 예산이 나오진 않았지만 대상농가에 지원금액까지 통지는 끝났다. 연내 예산이 오면 다급한 농가는 받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시·군에선 예산을 이월하면 내년 10월까지 쓸 수 있어 웬만하면 내년에야 지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북은 352개 농가가 폐업지원을 신청했다.

폐업지원농가의 사육규모는 약 10만여두에 달한다. 이 물량이 내년 10월까지 잠기면 연중 내내 수급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 안태붕 전국 염소가격폭락 비상대책위원장은 “농식품부는 홍수출하의 부작용을 줄이려 기간을 늘렸다는데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폐업지원농가 상당수가 어차피 염소를 키울수록 적자이기에 내년 10월까지 끌고가지 않는다. 되레 10월까지 시장에 공포와 불안이 계속되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연내 시행됐다면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있었겠지만 시세를 흔들 불안요인은 해소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개체수의 자연증가도 계속돼 수급조절 효과 역시 퇴색될 것이란 문제도 있다. 암염소 도태장려 사업은 실행하기로 결정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안 위원장은 “중간유통업자들이 ‘도축물량은 많다’고 불안을 조장하는데 유통이 이렇게 흘러가게끔 만드는 정부정책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 비대위는 △원산지 표시 혼합 의무제 시행 △염소생산자단체 관리감독 △국회에서의 대규모 시식행사 등을 농식품부에 요구했지만 이달이 되도록 이뤄진 사항이 없다. 이에 염소농가들 사이에선 8월 국회 앞 집회 이후 다시 집회를 열어야 하지 않냐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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