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원, 농가에 갑질 계약 의혹
종자원, 농가에 갑질 계약 의혹
  • 장수지 기자
  • 승인 2018.12.01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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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불합격 시 수매 않고 자체 처분토록 농가에 책임 전가
넘치는 재고, 판로 마련에 발 ‘동동’ … 대금 못 받고 위탁하기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보급종 생산을 위한 국립종자원(원장 최병국, 종자원)과 채종 농가의 수매 계약이 사실상 대기업 갑질과 다를 바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벼·보리·밀·콩 등 보급종을 공급하는 종자원에선 대량생산을 위해 채종적지의 농가와 생산대행 계약을 맺는다. 종자원 검증을 받은 종자는 농민에게 다시 판매되는 만큼 철저한 관리와 검사를 거쳐 생산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종자가 규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전부 농민이 지게 돼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 문평면에서 밀을 재배하는 농민 이행기(57)씨는 해당 지역이 종자원 채종단지로 지정됐을 때부터 보급종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역시 종자원과 2018년산 밀 보급종 생산대행 계약을 체결했고 종자를 생산했으나 올 7월 수매를 거부당했다. 종자원이 통보한 바에 따르면 검사 결과 해당 단지에서 생산된 종자가 붉은 곰팡이병에 걸렸고 발아율도 수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옥 나주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올해 유난히 이상 기후가 잦아 붉은 곰팡이병이 생긴 걸로 안다”면서 “사연을 접해 듣고 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붉은 곰팡이 독소는 기준치 이하며 단백질 함량 등 품질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종자원에 관련 내용을 민원으로 제기했고 농가와 잘 협력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사실상 농가 입장에선 해당 계약을 갑질이라고 여길 수 있다”며 “국가 기관과의 계약이기에 농가 대부분이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수매를 아니할 수 있다는 내용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우제현 종자원 식량종자과 농업사무관은 “올해 이상기후는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붉은 곰팡이병이 발병하지 않은 지역도 있어 방제를 소홀히 한 농가의 귀책사유로 볼 수 있다”며 “농가가 관계기관 등에 직접 의뢰한 검사는 소비에 적합하다는 의미며 종자원에서 검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종자는 생산단지 농가가 직접 처분해야 하나 농가 입장에선 그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씨는 “밀 재고가 워낙 많아 판매 자체가 어렵다. 지난해 잉여 생산량도 헐값에 넘겼는데 잔금은 아직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올해 생산한 물량을 다시 또 그 조합에 위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종자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원종은 병해에 더욱 취약한 데다 수매 기준을 맞추려면 다른 품종과 잡초를 일일이 뽑아내야 해서 더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며 “그 대가로 종자원이 시중 판매 가격 보다 25% 정도를 더 지급하는 것인데 이번처럼 애써 생산한 종자를 버리듯 판매하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종자원 예규 ‘채종포장 운영 및 종자 수매요령’에는 농가 귀책사유가 없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규격에 미달한 종자는 수매하지 않고 생산 장려금의 지급한도 범위 내에서 일정액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하지만 우제현 농업사무관은 “2012년 태풍 볼라벤의 경우 정부가 특별재해지역으로 서해안 등을 지정했고 당시 도복이나 침수 등 피해가 컸기 때문에 앞선 장려금 일부를 지급한 바 있지만 이번 경우는 농가 귀책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종자원 보증을 거치기 때문에 종자로써 가치가 없으면 수매를 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2019년도 밀 보급종 생산 계약을 포기한 이씨는 “추후 종자원과 생산대행 계약을 맺는 농가가 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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