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지원금이 조합장 쌈짓돈?

무원칙한 지원에 조합장 감사 요구도
농협중앙회 지원 기준·세부 점검 부족

  • 입력 2018.12.02 15:0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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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가 지난 8월 폭염·가뭄 피해 관련 전국의 지역농협에 무이자 자금 5,000억원을 긴급 지원한 가운데 일부 지역농협이 이를 기준 없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의 순창농협은 지난 8월 농협중앙회로부터 폭염·가뭄 피해 지원 명목으로 11억원의 무이자자금을 지원받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에 의하면 이 지원금은 1년간의 무이자자금으로, 같은 기간 이자 해당액인 2,300만원 가량(금리 2.1% 적용)을 지원한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당시 지원금에 지역농협이 30%의 자부담을 보태 집행하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양수기, 펌프 등의 관수장비, 영양제·방제비 등의 영농자재로 사용품목을 제한했다.

순창농협은 자부담을 더해 2,500여만원의 자금으로 양수기 78대 등을 농가에 지원했다. 문제가 된 건 피해농가에 대한 실태조사나 협의 없이 이대식 순창농협 조합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순창농협 이사들이나 각 지점장들도 자금 집행에 대해 확인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조합장이 내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지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순창엔 무원칙한 지원의 책임을 물어 조합장의 감사를 촉구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사진).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몇몇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전북의 다른 농협에선 폭염·가뭄 지원금으로 농민조합원들에게 영양제를 돌렸는데 이 또한 문제라는 것이 농민들의 목소리다. 물론 형평성은 있지만 내년 선거를 고려한 선심성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원칙없는 지원금 집행 논란과 관련 농협중앙회 확인 결과 무이자자금 지원 기간이 1년이라 집행에 대한 정기점검은 1년 후에나 이뤄진다. 내년 8월에나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문제가 발생한 지역농협도 공식적으론 없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농협 별로 상황이 다르고, 벼매입·농기계자금 등 다른 사업 지원금도 있어 일일이 누구한테 줬는지까지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지원금 집행 기준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지원 기간이나 품목 등 어느 정도 기준선은 정하지만 피해현황을 내서 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 된다는 식의 제한은 지역농협의 자부담이 들어가는 만큼 해당농협의 예산을 침범할 수 있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또한 농협중앙회의 무이자자금 지원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폭염·가뭄 피해가 밭작물 위주로 발생했는데, 이런 지역의 농협보다 수리시설이 잘 정비된 벼농사 중심의 지역농협에 무이자자금이 더 많이 배분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태풍의 경우 피해 면적이 파악되지만 폭염이나 가뭄의 경우 확인이 쉽지 않고, 지원금의 첫째 목적이 피해복구 보다는 피해예방에 있었던 만큼 농협별로 조합원 수나 경지면적, 사업량을 산출해서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가 5,000억원을 들여 폭염·가뭄 피해 긴급 지원에 나선 의도는 좋았지만, 집행과정에서의 기준이나 세세한 점검이 부족해 일부 지역농협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그 의미가 퇴색했고, 폭염·가뭄으로 새까매진 농민들의 속만 또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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