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고통을 더 분담할 여유가 없을까?
정말로 고통을 더 분담할 여유가 없을까?
  • 한우준 기자
  • 승인 2018.12.02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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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내 도매법인, 매년 수십억 당기순이익 적립
일부는 투자자 회수 … 농민의 돈이 기업 호주머니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최근 가락시장 한국청과의 위탁거래 수수료 인상 시도 이후 시장 내 도매법인의 수익을 줄이고 출하자인 농민에게 수익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옥 옥상에서 바라본 가락시장 전경. 한승호 기자
최근 가락시장 한국청과의 위탁거래 수수료 인상 시도 이후 시장 내 도매법인의 수익을 줄이고 출하자인 농민에게 수익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옥 옥상에서 바라본 가락시장 전경.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 한국청과의 위탁거래 수수료 기습 인상 시도(4%→7%)로 농산물 유통시장이 시끄럽다. 한국청과는 위탁수수료로 따졌을 때 평균 1.2%정도를 차지하는 하역비를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사실상 1.8%p가 인상되는 수수료로 인해 급증하는 이익을 어떻게 되돌려준다는 건지 농민들은 알 수 없었다.

결국 극렬한 반발과 혼란 속에 농식품부까지 의견 개진으로 개입해 인상 시도는 금방 철회됐다. 한편으론 출하자들로 하여금 현재의 위탁수수료율이 정당하게 책정됐는지 다시금 의문을 상기시킨 자충수(?)가 됐다. 수수료가 오르면서 출하장려금도 덩달아 오를 것을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출하자에겐 당연히 수수료를 내려주는 것보다 더 좋은 환원이 없다. 표준하역비를 생각했을 때 기존의 수수료에 대해 오히려 ‘내려야 할 것 같다’라고 여기고 있었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청과 외 다른 도매법인들의 반응이다. 그간 도매법인들은 표준하역비를 농민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한국청과가 명분을 위해 하역비 부담의 주체를 갱신하면서, 가락시장에서 표준하역비를 사실상 출하자들이 부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다른 도매법인들은 한국청과의 이번 시도를 ‘기행’으로 취급하며 동참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위탁수수료의 일부를 하역비로 취급하며 계산하는 현 시스템 역시 하역노조·출하자 사이에 합의를 이뤄 결정했고 법정 수수료 한도인 7% 내에서 책정된 만큼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위탁수수료를 더 낮출 수는 없는 것일까. 도매법인들은 위탁수수료가 더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미 더 내려갈 수 없는 마지노선까지 내려왔다고 난색을 표한다. 지금보다 수수료가 1%만 낮아져도 바로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특수품목 취급법인인 대아청과를 제외하면 나머지 4개 법인의 연간 거래액은 2017년 기준으로 평균 7,000억원 규모로 법인 간 편차가 크지 않다.

현재의 거래규모에서 수수료가 1% 낮아질 경우, 법인들의 수익은 평균 70억원 정도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 법인들의 당기 순이익이 적게는 42억8,000만원(한국)에서 많게는 62억원(중앙)인 것을 감안하면, 하역비 포함 4%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시 법인들의 주장대로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법인(기업) 입장에서는 국가가 손실 보전을 해준다는 보장이 있지 않고서야 손해를 볼 것이 분명한 일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상 시도는 개별법인의 독단일 뿐, 현재의 수수료율이 법인과 출하자, 그리고 하역노동자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출하자들이 도매법인의 수익을 더 줄여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법인들에게 조금 더 책임을 지워도 무방한 ‘재정적 여유’가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가락시장의 도매법인들은 압도적인 출하 물량에서 나오는 수수료로 매년 수십억원씩 자본을 쌓아 올리는 만큼, 공공 도매시장의 역할과 농안법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그 일부를 출하자들에게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론 도매법인의 경영에 기업 자본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엉뚱한 곳으로 이익이 분배되고 있다. 농업과 전혀 관련 없는 시장으로 매년 상당한의 양의 자본이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고려제강(주)이 100%의 주식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청과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48억원의 29.4%를 주주에게 내줬다. 다른 도매법인에도 농업과는 무관한 중견 건설·제조기업들이 주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반면 도매법인들이 사회공헌 명목으로 환원하는 규모는 연간 1억원을 겨우 상회하는 데다 농민들의 이익에는 관련 없는 항목이 대다수여서 앞으로도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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