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일방통행 이해불가

  • 입력 2018.11.25 10:46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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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방극완(전북 남원)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가끔 일방통행길을 잘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표지판을 못 봤거나 봤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다. 일방통행길은 쌍방통행보다 더 원활한 차량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서로 인정하고 하는 것이다. 일방통행길이라고 하더라도 주변 환경이 변하면 해제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문재인정권의 농업정책을 보면 어이가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군사정권부터 꼭두각시 노릇한 박근혜정권까지 그 어떤 정권에서도 수확기에는 공공미를 방출한 일이 없다. 겨우 쌀값이 회복되고 정상화된 것을 쌀값이 폭등했네 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포장해 물가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원인분석이 잘못되니 처방도 당연히 잘못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공공미 방출이 정말 필요하다면 상식적으로 수확기가 아닌 춘궁기에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오죽했으면 자유한국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니 말이다.

한번 더 어이가 없는 것은 5년 동안 농민들 몸값을 결정하는 쌀 목표가격의 민주당 발표다. 5년 전 민주당은 물가상승률 등을 근거로 21만7,000원을 당론으로 정한바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5년이 지난 지금 19만6,000원이 말이나 되는 가격인가? 정 그렇다면 5년 전 산출근거가 잘못됐었다는 사과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야당일 때 산출근거와 여당일 때 산출근거가 다르다면 그 결과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지 되묻고 싶다.

지난 16일 ‘밥 한 공기 300원!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농민무시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진행했다. 대회가 끝나고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하고 도당위원장 면담을 진행코자 했다. 4시면 온다는 위원장은 결국 9시가 다 되어서 나타났다. 여러 가지 현안문제, 특히 공공미 방출문제와 쌀 목표가격에 대한 질의를 했고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도당위원장을 기다리면서 회의실 벽면에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 현황에 낙선자를 찾는 ‘월리를 찾아라’ 놀이를 했다. 그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결과가 비수가 돼 돌아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전북은 농도인데 농도 도당위원장이 뭐라도 해보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관을 찾아가든 당 대표를 만나든 이렇게 농업정책을 펴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농 전북도연맹 박흥식 의장의 마무리 발언으로 면담은 마무리가 됐다. 뻔한 대답, 부족한 대답을 듣고자 한나절을 도당위원장을 기다린 게 아닌데 말이다.

매년 최저가격을 정할 때면 모든 언론들이 얼마의 최저임금이 적정한지 각각 산출근거들을 기반으로 연일 떠들어댄다. 심지어 몇몇 의원들은 최저임금으로 살아가기 시연을 하면서 많다고 이야기하는 쇼까지 하기도 한다.

하물며 5년에 한 번 정하는 쌀 목표가격 결정에 이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정말 한숨만 나온다. 야당이 높게 제시할 것 같으니 19만6,000원으로 정했다는 도당위원장의 말에 왜 여당에서 더 높게 산정하면 큰일이 생기냐고 되물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협치를 강조하는 현 정권의 농민들의 몸값을 정하는 쌀 목표가격 결정에서 농민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또 아스팔트 농사를 준비해야하는 시점이 왔다. 농민들 스스로 지치지 말자. 언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 본 적 있는가? 힘내자. 우리는 누가 뭐래도 이 땅의 농민이다. 우리 몸값은 우리가 결정하자.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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