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프리존, 아이들 밥상부터

장류·식용유서 GMO 퇴출한 지자체들 눈길
학교급식지원센터 통해 Non-GMO 먹거리 공급

  • 입력 2018.11.25 10:40
  • 수정 2018.11.26 11:5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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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1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급식공급업체 창고에서 황영묵 안양·군포·의왕 공동급식지원센터장이 지역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Non-GMO 전통장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급식공급업체 창고에서 황영묵 안양·군포·의왕 공동급식지원센터장이 지역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Non-GMO 전통장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GMO 프리존의 출발점은 아이들의 밥상이다. 여전히 학교급식 상에 GMO 식재료를 쓴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콩 원료 가공품 및 식용유가 많이 쓰이는 상황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일부 지역의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식용유와 콩 원료 가공품에서부터 GMO를 퇴출시킨 경기도 안양·군포·의왕시와 광주광역시 남구 사례가 주목된다. 해당 지역들은 생활협동조합 소비자 및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Non-GMO 공공급식 확대 및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운동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조례제정운동도 활발히 진행한 결과, 안양·군포·의왕시는 2012년 ‘안양·군포·의왕 공동급식지원센터 설립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광주 남구는 2013년 3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조례’를 전면 개정해 지역 농·축산물 및 Non-GMO 식재료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안양·군포·의왕시는 지난 1월 22일 공동으로 ‘학교급식 GMO 프리존 선언’을 발표했다. 3개 시는 이날 선언에서 △학교급식 상의 GMO 미사용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 공급 △GMO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 등을 약속했다.

현재 3개 시에선 초·중·고등학교 급식에 들어갈 49가지 Non-GMO 식재료 가공품에 대한 공동구매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간장·고추장·된장·진간장·현미유·튀김유 등 6가지 품목 구입 시 차액지원을 한다. 국간장과 된장, 진간장은 전부 국산 콩과 메주, 천일염을 원료로 사용하며 현미유는 국산 미강으로 만든 것을, 튀김유는 Non-GMO 유채유로 만든 것을 쓴다.

안양·군포·의왕시는 내년에 차액지원 대상 품목을 10가지 더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 확대되는 품목은 밀가루·부침가루·짜장면·식초·케찹 등인데, 밀가루의 경우 우리밀을 원료로 쓸 계획이다. 지원 품목 확대를 위해 안양·군포·의왕시 각각 9억원, 5억원, 2억원의 예산을 책정할 예정이다.

한편 광주 남구 학교급식지원센터(센터장 문명우, 남구센터)는 지난해 7월 12일 GMO 프리존 선언에 나서, 학교급식부터 시작해 지역사회에서 GMO 없는 먹거리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현재 남구센터는 Non-GMO 유정란 및 국산 콩을 원료로 삼는 전통장류·두부·콩나물을 공급한다. Non-GMO 유정란은 인근의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농가들이 동물복지 방사형 사육 과정을 거쳐 생산한 것이다. 산란계 농가에 쓰이는 사료 중에서도 GMO 원료로 만든 사료를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안면의 농가들은 한방 자급사료로 닭을 사육한다. 또한 국산 콩 85%, 국산 천일염 10%와 정제수로 만든 전통장류를 관내 학교급식에 공급한다.

안양·군포·의왕시와 광주 남구는 GMO 문제의 교육·홍보를 위한 지원사업에도 주력한다. 안양·군포·의왕시 공동급식지원센터(센터장 황영묵, 안양·군포·의왕센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진행하는 식생활교육 과정에서도 GMO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GMO의 수입실태와 안전성 문제, 토종종자 육성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데, 국산 토종종자 옥수수로 팝콘을 만들고 시식하는 등의 체험교육도 진행한다.

광주 남구센터에선 Non-GMO 식재료의 목록을 만들어 관내 학교 영양교사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각 학교 영양교사들이 Non-GMO 식재료를 알기 쉽게 파악해 학교 차원에서 해당 식재료에 대한 선택 폭을 넓히게 하겠다는 게 남구센터의 입장이다.

Non-GMO 급식 확대 과정에서 어려움도 없지 않다. 우선 Non-GMO 식재료 공급 시 100% 국산을 관철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산 Non-GMO 식용유는 아직 국내 생산량이 많지 않아 호주에서 수입한 유채유를 쓴다는 게 광주 남구센터의 입장으로, 차후 국산 Non-GMO 유채유 생산자들이 생산을 늘려가는 데 맞춰 국산 공급량을 늘려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장 생산 장류 및 식용유에 길들여진 학생들의 입맛을 교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황영묵 안양·군포·의왕센터장은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전통장류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인데, 오히려 고등학생들 중 맛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공장에서 생산한 장류에 오랜 시간 입맛이 익숙해진 점도 크다. 지속적이고도 장기적인 학부모·학생 대상 Non-GMO 먹거리 교육이 중요하기에, 교육지원 사업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Non-GMO, 나아가 친환경먹거리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확대되는 건 고무적이다. 안양·군포·의왕시의 ‘GMO 프리존 연대’에 과천시가 함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광주에서도 남구의 영향을 받아 이미 광산구가 급식지원센터를 건립했고, 동구·서구 등 타 지자체에서 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문명우 광주 남구센터장은 “Non-GMO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은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들도 센터를 통해 Non-GMO 먹거리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며 “향후 더 많은 지역에 급식지원센터가 들어서도록 하기 위한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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