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쌀 목표가격 인상, 농식품부가 나서야

  • 입력 2018.11.25 01:39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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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뜨거운 감자’ 쌀 목표가격에 대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가는 농민을 이해하고, 농민의 주장을 최대한 수렴하는 것이 현 정부의 성격과 부합한다. 쌀 목표가격이 올라가면 쌀 재배면적도 늘어난다는 이유로 목표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제안하는 방식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거버넌스 시대이기 때문이다.

쌀이 남아도니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줄이는데 목표가격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5년 단위로 변경하는 쌀 목표가격이 2008년에는 17만83원, 2013년에 18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을 올려도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가격 수준에 따라 재배면적이 증가한다든가 또는 감소폭이 감소한다는 논리는 실제로 맞지 않고 있다.

2013년에 모 연구기관이 내놓은 전망을 보면, 2013년에 목표가격을 17만4,083원으로 하면 2014∼2023양곡연도의 연평균 재배면적 감소율은 0.6%이고, 19만5,000원으로 인상하면 연평균 0.2%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 정부가 17만4,083원을 제시했으나, 국회에서 18만8,000원으로 결정했다. 산정식에 따른 계산보다 1만4,000원이나 더 올린 것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쌀 재배면적은 연평균 2.3% 감소했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재배면적은 연평균 2.4%나 감소했다. 정부가 근거로 삼는 연구기관의 전망치보다 재배면적이 훨씬 더 감소한 것이다. 경제이론의 단편적인 적용이 초래한 오류를 또 반복해서는 안 된다.

쌀 생산량이나 재배면적의 증가,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목표가격만이 절대적이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한 요인을 찾아내고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농가의 비율이 40%를 넘어섰고, 고령농가는 주로 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쌀 가격이 하락해도 쌀 농업을 지속하는 주로 생계농업을 영위하고 있다. 쌀 생산량은 가격 뿐 아니라 자연기후적인 조건과 연 40여만 톤의 의무수입량, 기술수준, 품종개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농민, 농업, 농촌의 발전을 위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주요 책무이다. 현 농식품부 장관 청문회 때의 신문기사를 보자. 당시 장관 후보자는 ‘목표가격에 대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19만4,000원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반드시 그 이상이 돼야 한다. 현재 쌀값이 비싸다는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더 끌어 올리겠다. 쌀값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말에는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신임 장관이 오셨으니 쌀 목표가격 관련해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워낙 심해 20만원을 넘겨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연합뉴스, 8.11)’고 했다. 농민의 편에 서서 기재부를 설득하고, 농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농식품부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농식품부 장관의 소신처럼 쌀값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소비자가계 지출액에서 쌀 소비에 드는 금액이나 비중은 매우 적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월평균 소비지출액 267만2,665원에서 식료품비는 13.6%에 불과하고 곡물류는 2.1%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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