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아서 척척척

  • 입력 2018.11.25 01:37
  • 수정 2018.11.26 08:5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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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은 기자

지난 1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한우먹는날’이 올랐다. 생산자단체가 행사지원금을 5%에서 10%로 늘리면서 대형마트가 적극 동참했고 행사기간동안 대형마트의 매출합계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생산자가 유통을 움직였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한우먹는날은 더 많은 소비자가 부담 없이 한우를 즐기라는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애초에 농가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한 행사다. 추석과 설 사이, 매년 가격이 하락하던 시기에 할인행사와 축제로 소비를 유도했고 이는 한우 경락가격을 지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내년도 한우먹는날 행사 예산은 19억원으로 올해보다 11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한우협회는 지난 2011~2012년 겪었던 가격폭락을 막겠다며 ‘선제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출산하지 않은 암소를 고깃소로 키우는 미경산한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의 목적과 보조금 지급 대상 변경을 두고 농식품부와 대립하고 있다. 협회는 미경산한우 비육이 한우 고급화, 사육두수 조절, 암소 개량의 효과가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한우가격 하락을 방지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경산한우 사업에 찬성하는 생산자들은 한우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농가에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는 농경연과 농식품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이 한우먹는날 행사와 미경산한우 사업, 이외 한우협회의 사업들이 전국의 모든 한우농가에게 유효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하는 건 잠시 미뤄두고, 생산자가 스스로 위기를 예측하고 해결방안까지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책을 따라가면 망한다’는 농업 유행어를 만든 정부와 “한우 정액을 우리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해맑게 하는 회장이 이끄는 농협.

믿을 구석 하나 없으니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생산자단체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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