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진보진영 농민단체들이 쌀 목표가격 19만6,000원을 내건 정부·여당에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투쟁에 들어갔다. 야당시절 21만7,000원을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동시에 국회의원들의 설득에 나섰지만 국회가 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대화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은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김영재, 농민의길)· 사단법인 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영동)와 함께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앞에서 ‘밥 한공기 300원 보장,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농민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강력규탄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목표가격에 동의하지 않는 전국의 농민들이 농사용 트럭 200여대를 동원, 나락 톤백과 곤포 사일리지를 적재한 채 집결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대회사에서 “껌 한 통 값도 되지 않는 밥 한 공기 가격을 말하는 저들은 우리를 무엇으로 보는 것인가. 우리를 등외국민 취급을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까지 할 수 없다. 백남기 농민의 희생을 통해 촛불 정국을 이뤄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정권을 바꿔나갔다. 그 이후 노동자 농민, 빈민 촛불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현재의 이 탄압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 농민들의 목숨 값인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라고 모인 농민들을 독려했다.
농민대회는 박행덕 전농 의장과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정한길 가톨릭농민회장이 각각 청와대·농림축산식품부·더불어민주당이 그려진 쪽박을 발로 밟아 깨는 상징의식으로 마무리 됐다.
대회를 치르며 집결을 마친 농민들은 인근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행진했다. 농민들은 당사 앞에서 “민심을 외면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압박했다.
선두에 선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말하며 온갖 공약에서 농민들과 약속을 했던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과 청와대의 약속을 믿고 얼마 전 초장기 단식농성도 정리했는데 역대 본 적이 없는 수확기 비축미 방출로 돌아왔다. 농민들의 민란을 부르는 작태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후 농민들은 국회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지역별로 의원들을 만나 농업계의 고충을 전하고 ‘쌀 목표가격 80kg 당 24만원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요청하려 했으나 국회사무처가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 이에 따라 막아선 경찰병력과 정문에서 대치했다.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자유한국당 정진석·김태흠, 민주평화당 김종회,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농민들과 접촉해 서약서를 작성했다.
농민의길 지도부는 국회 정문 앞에서 그대로 노숙농성에 들어갈 것을 선포했다. 그러나 저녁식사시간이 돼 농민들의 대오가 잠시 옅어진 사이 경찰은 해산을 시도, 현장에 남아 있던 소수의 지도부와 농민들을 포위하며 다시 충돌이 이어졌다. 농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여 대치상황이 계속됐다.
경찰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앞이 집회 및 시위 금지 구역임을 재차 알려왔고, 농민들은 국회 앞에서 철수하는 대신 경찰의 협조를 얻어 국회 정문으로 들어가는 의사당대로 위 유턴차로에(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 나락 톤백 10개를 야적하는 것으로 이날의 항의 일정을 마쳤다. 이어 농민의길 지도부와 귀경하지 않은 소수의 농민들은 야적 장소 앞에 천막농성장을 차리고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민의길은 쌀 목표가격이 재설정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