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돌아온 백남기 농민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 입력 2018.11.19 08:55
  • 수정 2018.11.20 13:26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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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글 정은정 사진 윤성희
글 정은정 사진 윤성희

밥 한 공기 300원, 올해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1,000원짜리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값이 240원에 불과하다. 쌀값이 19만원 넘었을 때를 기준 삼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폭락했던 쌀값이 회복되자 언론에서는 쌀값 폭등이라는 왜곡된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 역시 부화뇌동하듯 수확기에 비축미 방출 계획을 발표하며 쌀값회복을 억제하러 나섰다.

2015년 11월 14일 박근혜정권의 패악질이 극에 달하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민중들이 서울로 모였다. 농민들은 계속 농사짓고 살게 해달라는 절규를 안고 상경했다. 전면적 농산물 개방으로 농민들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 가는데 급기야 쌀마저 개방됐다. 쌀값은 폭락에 폭락을 이어갔다. 그 날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쌀값 21만원을 주장하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졌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3년, 백남기 농민은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 책은 2015년 11월 14일에서 2016년 11월 6일까지 백남기 농민이 감당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농촌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농업·농민·농촌문제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서 해박하며 관조자가 아닌 당사자이며 활동가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백남기 투쟁의 목격자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정확히 현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회학자로써 백남기 농민의 삶을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찾아내고 '백남기 농민의 투쟁’과 ‘백남기 농민 투쟁’의 필연성을 규명했다.

이 책은 경남 산청농민 양기관 씨를 만나러 가는 출발지로부터 시작된다. 백남기 농민 투쟁이 명망가나 또는 운동의 지도자들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활동가들 그리고 민중들이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리려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있다. 이름도 남기지 않은 산청의 농민과 농성장을 묵묵히 지킨 이종혁, 최석환 그리고 송버나뎃 수녀, 류봉식, 이용관, 곽이경을 통해 투쟁 현장의 사실들을 생생하게 전할 뿐 아니라 한 인간의 삶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 책은 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백남기 농민 투쟁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하여 백남기 농민 투쟁의 역사성과 필연성을 설명했다.

2015년 11월 13일 백남기 농민은 다음날 열릴 민중총궐기에 참석하기 위해 바쁘게 밀 씨를 뿌렸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은 시대의 모순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떠났다. 남은 이들이 밀밭을 가꾸고 거둬야 한다. 이 책엔 어떻게 ‘밀밭을 가꾸고 거둘 것인가’에 대한 백남기 농민이 남긴 지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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