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스템 상의 건강한 먹거리 관리’ 절실

  • 입력 2018.11.18 09:3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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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서울시 학교·공공급식 한마당 - 농부의 손에서 아이들 식탁으로' 행사 중 학생들이 서울시 학교급식에 참여 중인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마련한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서울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들이 대거 참여해,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의미를 살렸다.
지난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서울시 학교·공공급식 한마당 - 농부의 손에서 아이들 식탁으로' 행사 중 학생들이 서울시 학교급식에 참여 중인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마련한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서울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들이 대거 참여해,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의미를 살렸다.

2018년 현재 먹거리운동의 주요 화두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공시스템 상의 건강한 먹거리 관리’. 즉, 먹거리 영역, 특히 급식 분야는 시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지난 14일 희망먹거리네트워크(상임대표 송정은)가 주최한 ‘학교급식·공공급식·공공영역의 식문화혁신 먹거리종합정책 희망토론회’에선 각 지역별 공공급식 운동 현황 및 먹거리운동의 화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먹거리 사각지대’ 해소해야

공공급식 확대 과정에서도 여전히 건강한 먹거리를 이용하기 힘든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일부 지역 어린이집 및 요양원에서 제공된 부실급식은 먹거리 사각지대 해소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인천의 한 어린이집 급식판엔 김치 한 조각과 불고기, 튀김 한 두 점 수준의 극히 부실한 먹거리가 담겨 있어 이를 지켜본 시민들을 공분케 했다.

배옥병 서울시 먹거리정책 자문관은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문제 제기해야 한다”며 “교육부에서 학교급식 관련 기본지침이 만들어져 광역단위로 내려가는데, 어린이집의 경우 급식 관련 지침이 아무것도 없다. 어린이집을 비롯한 공공급식 전반에 대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공공급식 기본방향을 만들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먹거리 불평등 해소·접근성 강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먹거리 기본권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선 서울시가 최초로 먹거리 기본권 선언을 선포한 뒤 먹거리 사각지대 해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부문 먹거리 조달기준 수립 필요

공공급식 상의 먹거리 조달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 지역 소농들이 생산한 친환경먹거리가 공공급식 체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배옥병 자문관은 이와 관련해 해외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는 △30% 이상의 유기농 식재료 사용 △식재료의 3분의1 이상 지역산 사용 △GMO 식품 금지 등의 생태구매 조달기준을 정립했다. 영국 런던에선 지역산 먹거리 사용을 위해 중앙정부가 중심이 돼 공공급식 식재료를 적극 구매하는 데 나선다.

건강한 먹거리의 구입 못지않게 중요한 게 중소가족농의 생산물 중심 공공조달 체계 구축이다. 브라질의 공공급식 제도는 학교급식 식재료 중 최소 30%를 가족농과 소규모 농촌기업에서 구매하도록 규정한다. 영국의 PSFPI 공공조달 프로그램 또한 지역 소농 참여를 기반으로 생산자 입찰제도를 운영한다. 국내의 공공급식 조달체계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전자입찰시스템(eaT) 위주로 돌아가는데, 전자입찰의 일괄 진행으로 소농 중심 참여가 쉽지 않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학교급식 상에 지역먹거리·친환경식재료 비중을 설정하고 차차 높여가야 한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학교급식 최저가 입찰제도를 폐지하고 지역먹거리 생산자조직이 학교급식 식재료를 납품하는 현물지원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 생산자의 농산물·가공품을 약정 방식으로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관 거버넌스 체계 구축 노력해야

김형근 전 친환경의무무상급식울산연대 상임대표는 울산 북구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으며 지역 친환경농업 및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에 앞장서 왔다. 김 전 대표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있어 공무원 사회와 시민사회 간 인식 차이가 여전하다. 울산 시정에 몸 담아온 공무원들로선 시민사회에서의 민·관 거버넌스 참여에 대해 수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센터장을 맡던 당시 증가하던 친환경 인증 농가는 울산시 농업직 공무원이 맡은 뒤 증가율이 둔화됐다. 공무원들 중엔 급식센터를 단순히 먹거리 유통기관으로 이해하거나, 행정단위의 또 다른 조직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민·도시민·영양교사 등이 힘을 합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키우고, 관(官)과 논의하기 위한 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광역·기초지자체 공공급식지원센터를 통한 민·관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황영묵 경기도 안양·군포·의왕 공동급식지원센터장은 “경기도의 경우 2015년 합의된 광역급식지원센터의 민간 참여 합의 내용이 어그러지고, 도청 공무원들이 지난달 세워진 광역센터를 운영하게 됐다”며 “광역센터 운영위원회에 민간 진영의 농민·시민·전문가들이 참여해 경기도 급식체계를 도와 논의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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