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공익형 직불제

  • 입력 2018.11.17 13:03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환 변호사(법무법인 연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업·농촌의 공익을 증진하고 중소농을 배려하기 위해 운영 중인 직불제를 소위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도적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불제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농업소득보전법),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 및 농산물의 생산자를 위한 직접지불제도 시행규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직불금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정직접지불금과 변동직접지불금은 농업소득보전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경영이양보조금, 친환경농업보조금, 조건불리보조금, 경관보전보조금 및 밭농업보조금은 대통령령인 농산물의 생산자를 위한 직접지불제도 시행규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대략 아래와 같다. 첫째, 현행 직불금 제도는 그 목적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농업인의 소득보전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실제 직불금 중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관련된 친환경농업, 조건불리 및 경관보전 보조금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직불금의 3.5% 수준이다. 둘째, 농업인 기준이 아닌 농지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이 책정돼 소수의 대농만이 혜택을 보고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아닌 부재지주가 직불금을 지급받는 경우도 많다. 셋째, 직불금 사업시행 주체가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한국농어촌공사 및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으로 혼재돼 있다. 넷째, 농가소득 보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직불금의 수준이 매우 낮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공익형 직불제는 이러한 직불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직불제의 목적이 단순히 농업인의 소득보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인 식량안보, 환경보전 등 국가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누구에게 얼마만큼 지급할지에 대해 그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농지면적 기준에서 농업인 기준으로 그 체계를 바꾸고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자가 받을 수 있도록 지급 대상자를 정해야 한다. 사실 관련 법령에서 농업인의 범위가 굉장히 포괄적이고 실제 다수의 농지 임차인들이 농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임차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지급 대상자를 정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면밀하게 고려해 대상자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는 중앙정부, 산하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기관이 직불금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한 기관이 직불금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는 직불금 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거나 사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지방자치단체는 직불금의 지급 범위, 지급 대상자 선정 등 구체적인 직불금 집행 업무만을 수행토록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불금 정책은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5년마다 농업·농촌 기본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직불금 정책 역시 연간 업무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부의 5년 기본계획과 궤를 같이해 다른 농업정책과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업·농촌이 필요하다는 당위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가 직불금 제도이다. 우리 농업 현실에 비춰 볼 때,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한 정책에 앞서 농업·농촌의 생존을 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공익형 직불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