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논란, 도 넘은 생산자 때리기

원유 ‘4원’ 인상에 폭등 시동 거는 빵·음료 프랜차이즈

분유 재고 넘치는데 가격 오른다며 원유가격연동제 지적

낙농가 “자발 감산으로 수급 안정, ‘100원 원유’값 회복해야”

  • 입력 2018.11.17 12:53
  • 수정 2018.11.17 12:59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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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원유가격이 고작 리터당 4원 올랐을 뿐인데 후폭풍이 거세다. 유업계의 흰우유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커피·빵 프랜차이즈들도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생산자인 낙농가들은 공급과잉이 해소됐으니 ‘100원짜리 원유’ 가격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원유가격 인상이 결정된 이후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흰 우유 가격을 각각 3.6%에서 4.5% 인상했다. 업계 특성상 아직 인상을 결정하지 않은 업체들도 곧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자 커피와 빵을 파는 프랜차이즈들도 들썩였다. 한 언론에 따르면 파리바게트에서는 흰 우유를 포함한 우유 제품 8종의 가격을 10% 넘게 올렸고, 한 도넛 프랜차이즈의 도넛 가격은 개당 100원이 넘게 올랐다.

다수의 언론들은 이러한 물가인상의 근본 원인이 원유가격연동제에 있다고 서술했다. 우유 소비가 둔화되고 분유 재고가 넘친다는데 원유가격연동제라는 ‘잘못된 제도’ 때문에 우유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한 생산자는 언론의 반응에 “1리터짜리 우유가 90원이 오른다고 난리인데 한 달 동안 매일 우유 1리터를 마셔도 우유로 인한 지출은 고작 2,700원 늘어난다. 왜 농축산물 가격이 오를 때만 언론이 앞장서서 호들갑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또 “지금 우유는 공급과잉이 아니라 공급부족 상태”라고 덧붙였다.

분유재고 현황을 나타내는 그래프. 위 꺾은선이 국산분유 재고량, 아래는 분유 수입량을 나타낸다. 출처: 낙농진흥회 홈페이지
분유재고 현황을 나타내는 그래프. 위 꺾은선이 국산분유 재고량, 아래는 분유 수입량을 나타낸다. 출처: 낙농진흥회 홈페이지

통계청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젖소 사육규모, 원유생산량, 분유재고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5년 1사분기 43만8,968마리였던 젖소 사육규모는 증감을 반복하긴 했으나 2016년 1사분기 42만4,676마리, 2017년 1사분기 41만5,831마리, 2018년 1사분기에는 40만8,046마리로 하향선을 그리고 있다.

원유생산량 역시 2014년 221만4,039톤 이후 2017년 205만8,230톤으로 꾸준히 줄었다. 분유재고량도 2015년 3월 2만2,309톤으로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낮아진 수치를 보였다. 2018년 9월 기준 분유 재고량은 7,393톤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젖소용 배합사료 생산량은 119만2,000톤으로 2016년보다 4.8% 감소했다. 그리고 사료 생산이 줄어든 이유로 원유감산을 꼽기도 했다.

특히나 현재 원유 생산량은 낙농가들의 자발적 감산으로 정부가 정한 수급안정시점(2013년, 209만톤)을 한참 하회하고 있다는 게 생산자들의 증언이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원유생산이 전년대비 5% 감소한 것을 회복할 새도 없이 이번 겨울 극심한 추위가 예보돼 추위에 약한 홀스타인종의 젖소들의 산유량이 예년보다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 낙농가는 “우유 소비가 부진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래서 우리 낙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쿼터를 줄이고 수급 조절에 나서지 않았나. 생산자들은 시장의 안정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면서 “지금 우유가 부족한데도 유업체에서는 여전히 공급과잉이라고 한다. 국내 생산량은 줄었는데 공급이 과잉이라면 분유의 수입부터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국내 생산량 감축을 통해서만 수급을 조절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사회에서는 낙농진흥회의 ‘잉여원유의 차등가격제 시행 규정’에 따라 100원짜리 원유의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유 생산량이 수급안정시점보다 적으니 수급이 안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규정에 명시한대로 기준 생산량을 초과하는 원유에 100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것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제품 가격 줄인상으로 낙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언론의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직접 권리 찾기에 나선 낙농가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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