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가 뿌린 씨앗, 민중연대로 피어나다

투쟁기록 담은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발간
정은정 작가 “이름 없는 많은 사람들의 투쟁 담았다”
백남기기념위, 출판기념회 열어 … 투쟁백서도 공개

  • 입력 2018.11.17 10:5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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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투쟁기록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 투쟁백서 출판기념회에서 백씨의 큰딸인 도라지씨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저자인 정은정 작가(맨 왼쪽)가 백씨의 아내인 박경숙씨(왼쪽 두 번째)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박씨 뒤에 서 있는 이는 함께 책을 쓴 윤성희 사진가.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투쟁기록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 투쟁백서 출판기념회에서 백씨의 큰딸인 도라지씨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저자인 정은정 작가(맨 왼쪽)가 백씨의 아내인 박경숙씨(왼쪽 두 번째)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박씨 뒤에 서 있는 이는 함께 책을 쓴 윤성희 사진가. 한승호 기자

 

농민생존권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외치던 고 백남기 농민의 희생은 민중들의 연대를 불렀고, 들불처럼 번진 촛불은 혁명으로 남았다. 그를 따라 백남기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탄생했다.

백남기농민 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백남기기념위)는 지난 14일 한국가톨릭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백남기 농민의 투쟁기록을 담은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글 정은정, 사진 윤성희)’ 및 투쟁백서를 공개했다. 이 날은 백남기 농민이 3년 전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날이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백남기투쟁본부와 백남기기념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정현찬 전 가톨릭농민회장은 출판기념회를 열며 “이 기록을 남긴 것은 다시는 힘없는 민중들이 정권에 의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함이며, 이토록 살인무도한 정권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고, 또 그 뒤 어떻게 민중들이 맞서 싸워 정권을 몰아냈는지 후세에 알려 조금이나마 귀감으로 만들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던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를 기준점으로 그의 뜻에 동참해 함께 ‘밀알’을 뿌린 민중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백남기 농민이 선종한 이후 경찰이 부검을 시도한 탓에 기약 없는 장례기간 동안 시신을 지키며 버틴 수많은 이름 없는 농민과 활동가들이 있었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방송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자 했던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같은 병원에서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 장례물품을 기증했다. 국가의 부재로 자식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했고, 정권과 유착해 사인을 조작하는 서울대병원의 모습을 보고 병원 노동자들도 나섰다. 백남기라는 이름 아래 모여 사회를 바꾸고자 나섰던 이들은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다시금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서로 연대를 다짐했다.

이날 작가들로부터 책을 전달받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고 오준형 군의 어머니 임영애 씨는 “좌절하지 않고 긴 시간을 버텨냈던 것은 연대의 힘이었다. 아프니까 정말 아픈 사람이 보이더라. 백남기 어르신이 바라던 세상, 희생으로 말씀하시려던 사람 사는 세상, 저희가 끝까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뿌리신 씨앗 거둬야 한다. 어르신께 억울한 죽음이 없는 날까지 행동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글쓴이 정은정 작가는 “꿋꿋하고 단단한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 그리고 백남기투쟁본부를 믿고 매달렸다. 이름 없는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으려고 했다. 광주 망월동에 갈 때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민중해방을 위해 희생됐음에 놀란다. 앞으로도 저는 시대를 증언하고 농업, 농촌, 농민의 연구자로서 충실히 기록을 남기겠다”고 소회를 남겼다.

윤성희 사진작가는 “많은 아픈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희생자의 모습으로만 담지는 않았다. 백남기 농민의 생애, 신념 그리고 그를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미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 일부는 선고를 받았고, 정부로부터 사과도 받아 앞으로 저희가 뭔가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일단락이 된 것 같다”라며 “(민중총궐기) 3년이 된 뜻깊은 날에 책까지 나오게 돼, 기쁜 건 아닌데 후련한 것 같다. 싸우는 과정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일들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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