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농민들 “11월 11일은 ‘가래떡 데이’”

  • 입력 2018.11.16 15:42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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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찬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트럭이 달려와 교문 앞에 떡 상자를 부려놓고 또 어딘가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교문 밑에 모여 있던 어른들이 탁자를 펼치고 떡을 꺼내 가지런히 진열한다. 이윽고 하나 둘 아이들이 나타나고, 어른들은 얼른 오라 손짓하며 소리친다. “얘들아, 11월 11일은 무슨 날?” “가래떡 데이요!”

지난 9일 아침, 철원군내 초··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벌어진 풍경이다(사진). 해마다 거르지 않은 행사, 올해는 11일이 일요일이어서 앞당겨 펼쳤다. 철원군농민회, 지역농협, 농민주유소가 공동 주관했으며, 학부모회에서도 참여해 궂은 날씨임에도 원활하게 진행됐다.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은 이날이 나라가 정한 ‘농업인의 날’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 어른들이 우리쌀 홍보를 위해서 가래떡을 나눠주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대기업의 ‘데이 마케팅’의 위력은 커서 아이들은 본능처럼 빼빼로를 떠올리며 선물 줄 명단을 뽑는다. 학교 선생님들이 절대로 가져오지 말라고 일러도 가방 속에 몰래 숨겨간다. “난 떡 안 먹어요”하며 피해가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몇 년 거듭되는 행사가 아이들 마음에 가래떡 데이를 새기고 있다. 선생님과 친구 몫을 챙기거나, 더 먹고 싶어 두세 번 발걸음하는 아이, “내년엔 콩가루 묻히지 마세요”라는 주문을 하는 아이, “빼빼로를 왜 먹죠? 이렇게 맛있는 가래떡이 있는데.” 속 보이는 능청 앞에서는 왁자하게 웃음이 터졌다.

교문 앞에서의 떡 나눔 뒤, 철원군농민회에서는 지역의 단설 유치원, 농협과 읍사무소에 떡을 전달했다. ‘가래떡 데이’가 철원에서는 11월 11일에 펼치는 소박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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