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농민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정부의 제주감귤 대북 선물 소식 때문이다. 농민들은 두 손 들어 환영의 뜻을 드러내며 남북 평화와 지속적인 농업 교류를 염원했다. 보수 정치권의 일부 비판 발언에 대해선 날선 비난으로 대응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제주산 감귤을 북한에 선물했다.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으로부터 받았던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품 성격이다. 11일 오전 8시 군수송기에 50톤을 실어 보낸 것을 시작으로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총 200톤의 감귤이 평양 땅을 밟았다.
제주감귤은 1999년부터 12년 동안 남북 농업교류의 첨병 역할을 해왔으나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발이 묶여 있었다. 8년 만에 다시 북에 보내게 된 감귤은 당도 12브릭스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등 과거보다 훨씬 좋은 품질로 엄선했다.
정부가 은밀하게 준비한 탓에 원희룡 도지사조차 수송기 이륙 직전에야 내용을 전달받았고, 농민들도 당일 청와대와 원 지사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소식을 접했다. 호전되는 남북관계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소식을 전하며 “남북 교류협력의 각종 모범사례가 됐던 제주감귤이 남북 평화와 농업교류에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과거부터 남북교류의 최일선에 서있었던 건 농민들이다. 때문에 감귤 북송은 제주농민들에겐 각별히 반가운 일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송인섭)은 “제주농민들이 생산한 감귤이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전령사로 우뚝서니 땀 흘려 키운 보람과 자부심으로 밥을 안먹어도 배 부르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송인섭 의장은 “끊겨버린 감귤 교류를 다시 트기 위해 그동안 계속 시도했었다. 농민들을 비롯해 도민들 모두가 정말 좋아하고 있다. 한 번으로 접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감귤 북송 사실이 보도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집중적인 비판 공세를 시작했다. 개중엔 ‘감성팔이’, ‘조공외교’, ‘귤 상자에 귤만 있겠냐’는 등 지나치게 억지스런 비판도 포함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성명에서 이를 “정신나간 소리”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귤상자엔 제주농민이 흘린 땀방울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 담겨 평양으로 날아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도는 감귤 보내기를 비롯해 흑돼지 양돈 지원사업, 관광교류 등 대북 협력사업을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3차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백두산을 등반한 것에 착안, 혹시 모를 한라산 답방에 대비해 헬기 사용 및 천지·백록담 합수 등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