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PB상품, 대형업체 제품보다 싸

미국·호주산 소맥분·중국산 고추양념 사용 … 먹거리 철학 주목하는 소비자 되새겨야

  • 입력 2018.11.16 14:46
  • 수정 2018.11.19 11:4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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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 내에 위치한 농협의 간편대용식 코너인 오케이쿡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 내에 위치한 농협의 간편대용식 코너인 오케이쿡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 PB 상품 중 하나인 시래기 된장국. 시래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원재료는 수입산이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살림 대치점 매대에 된장 및 고추장 등이 진열돼 있다. 모든 제품의 주원료는 국산 친환경 농산물이었다. 한승호 기자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식자재 매장 정중앙엔 대용량 초고추장과 쌈장, 된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품목은 지난 10월 농협 국정감사 현장에서 농협의 자체브랜드 상품 수입산 원료 사용 문제로 지목된 품목들이다.

지난 13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이들 품목을 살펴봤다. 우선 하나로 초고추장(13kg)은 1만9,900원(100g당 153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주)신송식품에서 만들었고, 주원료의 55%를 차지하는 고추장은 미국·호주산 밀로 만든 소맥분, 중국산 고추양념 등을 사용했다.

하나로 초고추장의 경우 같은 매대에 있는 타사 상품보다 다소 저렴했다. (주)진미식품에서 만든 ‘양념이 된 초고추장(13kg)’은 2만500원(100g당 158원)이고, (주)움트리가 만든 ‘움트리실장님회초장(15kg)’은 2만9,870원(100g당 199원)에 판매됐다.

하나로 초고추장을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유명한 A업체 상품과 비교해봤다. A업체 초고추장(500g)은 온라인몰에서 1,580원(100g당 316원)에 판매되고 있다. 소포장된 하나로 초고추장(2kg)은 4,980원(100g당 249원)으로 A업체 초고추장보다 100g당 67원이 싸다. 특이한 점은 두 상품 다 (주)신송식품에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로 양념쌈장(14kg)의 경우 2만2,900원(100g당 164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국산 생마늘을 바로 갈아넣은’이라는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끌지만 주원료의 63.15%를 차지하는 된장은 미국·캐나다산 대두와 미국·호주산 소맥분, 중국산 혼합양념을 사용했다.

하나로 양념쌈장도 같은 매대에서 판매하는 타사 상품에 비해 저렴했다. A업체 쌈장(500g)의 경우 1,580원(100g당 316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용량 차이가 꽤 있어 단순비교는 어렵겠지만 100g당 가격으로 비교할 경우 하나로 양념쌈장이 절반 가까이 싼 편이다.

오케이쿡이라는 이름으로 판매중인 농협의 간편대용식 또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한산했다.

반면 농협이 소비자 신뢰를 잃어가는 사이 건강한 우리 먹거리로 소비자의 발길을 늘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살림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같은 날 한살림 대치점을 찾았다. 매장에 진열된 한살림 초고추장(300g)의 경우 조합원 6,500원, 비조합원 7,15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원료는 45.45%를 차지하는 고추장으로, 국산 유기농 찹쌀과 고춧가루 등이 사용됐다. 주원료나 용량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생산자에겐 적정 생산비를 보장하고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담은 가격이다. 소비자들은 그 안에 담긴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계의 맏형이라는 농협이 되새겨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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