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대신 수익 선택한 농협

자체브랜드(PB) 상품 45%에 수입산 원료 사용

  • 입력 2018.11.16 14:4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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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국산 생마늘을 바로 갈아 넣었다는 양념 쌈장의 국내산 마늘 비율은 겨우 1.5%였다. 소금을 제외한 이외 원재료는 모두 미국산, 캐나다산, 호주산, 중국산 등 다국적 수입산 원료였다. 농협이 자체브랜드(PB)인 ‘하나로’란 이름으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한승호 기자
국산 생마늘을 바로 갈아 넣었다는 양념 쌈장의 국내산 마늘 비율은 겨우 1.5%였다. 소금을 제외한 이외 원재료는 모두 미국산, 캐나다산, 호주산, 중국산 등 다국적 수입산 원료였다. 농협이 자체브랜드(PB)인 ‘하나로’란 이름으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한승호 기자

농협이 자체브랜드(PB) 상품 중 절반 가까이에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는 자체브랜드 상품은 총 292개로 이 중 식자재용 초고추장, 쌈장, 간장, 밀가루와 간편대용식 등 133개 품목(45.5%)에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농협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정감사에서의 주된 지적은 우리 농산물 소비에 앞장서야 할 농협이 어떻게 수입산 원료를 가공식품에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면 농협이 대형유통업체와 다를 게 뭔가”라며 “철학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 제품 개발에 앞장서야 할 농협이 오히려 이를 등한시한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농협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브랜드 상품 일부에 수입산 원료를 사용했지만, 주원료의 국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농협하면 당연히 우리 농산물을 떠올린다. 가공식품 또한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이런 신뢰를 감안한다면 농협의 자체브랜드 상품 수입산 원료 사용은 더욱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자체브랜드 상품은 대형유통업체에서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워 탄생한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A업체 자체브랜드가 있다. 최적의 소재와 제조방법을 찾아 가장 최저의 가격대를 만드는 것이 A업체가 밝힌 이념과 철학이다. 이런 대형유통업체의 철학과 우리 농산물을 중심에 둬야할 농협의 철학이 맞닿을 수 있을까.

(지역)농협의 브랜드 관리 규정을 보면 주원료는 반드시 (지역)농협 또는 관내 조합원으로부터 구매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국정감사를 통해 지역농협에서 생산해 농협 마크를 달고 판매되는 가공식품의 경우 90% 이상이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자체브랜드 상품은 농협에 맞지 않는 옷인 셈이다.

하지만 농협은 하나로와 오케이쿡이라는 유통브랜드를 만들어 자체브랜드 상품을 판매해 왔다. 이럴 경우 농협의 브랜드 관리 규정 적용에서 제외된다. 농협이 수익창출에 혈안이 돼 꼼수까지 쓴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농협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자체브랜드 상품 1억6,000여개를 판매해 1,39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수익은 2015년 400억원에서 2016년 432억원, 2017년 566억원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농협이 소비자의 신뢰 대신 수익을 선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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