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원칙 지키려는 노력 필요하다”

농협, 가격경쟁력보다 ‘조합원’ 우선시 해야
생산 조직화부터 단계별 개선 계획 필요

  • 입력 2018.11.17 13:20
  • 수정 2018.11.19 11:4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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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업 생산력 증진과 농민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설립된 농협이 자체 브랜드 가공식품에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자 농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농협 본연의 철학과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 일갈했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농협은 우리 농민들의 자조·자립·협동을 위해 농민들이 출자해 만든 단체”라며 “농협은 당연히 조합원인 농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생산한 농산물이 완전 판매되도록 정책과 더불어 판매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에서 농산물을 가공해 식품을 만들 때도 조합원이 만든 농산물을 써야 함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농협에서 감귤을 이용해 차나 청, 젤리 등을 만드는 데 수입 귤이나 오렌지를 사용했다면 이는 조합원들에 대한 배신이고 농협의 창립 취지를 망각한 일과 다르지 않다”며 “만약 이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가만히 있을 조합원이 어디있겠냐”고 질타했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은 “가공식품 제조에 필요한 재료가 국내서 생산되지 않거나 없을 경우 수입산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협이 일반 업체처럼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국산 대신 수입농산물을 사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단언했다.

이 사무국장은 덧붙여 “완주 등의 로컬푸드 협동조합만 하더라도 가공식품에 그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다. 이를 선도해야 할 중앙에서는 국산 농산물을 가공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겠단 확고한 철학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물론 아무리 확고한 철학이라도 지금 당장 100%를 목표로 할 순 없다. 생산을 조직화해 가공에 필요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단계별로 국산 원료 사용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그게 농협의 역할이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운동을 실천하는 한살림의 경우 농협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실제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선 원물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적용한 공급가 조정, 원료 수급에 의한 공급 중단·재개 등이 명시된 공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살림에 따르면 모든 한살림 물품은 국산, 친환경 및 유기농산물 사용을 기본 철칙으로 삼고 있다. 유기농업 운동단체기 때문에 가공식품도 되도록 한살림 생산자가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며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친환경으로 대체한다. 이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면 국산 원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국산 원료조차 사용할 수 없다면 제품 공급 자체를 중단해왔다.

박근모 한살림 홍보기획팀 과장은 “한살림은 유기농업 운동의 취지에 맞는 원재료를 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라며 “물론 재료가 비싸지면 물품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운동을 지속해왔고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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