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농민권리선언과 한국정부의 관료주의

  • 입력 2018.11.11 18:45
  • 수정 2018.11.12 15:4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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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난 9월 28일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농민권리선언)’을 의결했다. 이제 유엔 본부의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의결을 하면 유엔 총회 최종 의결만 남게 된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농민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엔 농민권리선언 의결과정에서 어떠한 절차를 거치고 누구에 의해 한국정부의 방침이 정해졌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한국정부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유엔 인권이사회 의결에서 기권했다. 그런데 기권이라는 한국정부의 방침이 어디서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은 어제 오늘 논의된 것이 아니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10년간 수차례의 회의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 즉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는 단 한 차례도 농민단체들과 협의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여야의원들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해 관계부처에 농민권리선언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 의견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외교부는 간부들이 불참하고 실무자를 참석시켜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오영훈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농민권리선언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결정한 배경을 질의했다. 그런데 이개호 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의했다’고 답변했으나 강경화 장관은 내용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상반된 답변을 했다.

이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실무적 논의 속에서 결정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농식품부는 농민권리선언과 관련해서 외교부의 문의에 대해 종자와 관련해 국내법과 상충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농식품부의 입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 종자협약에 가입해 있으며,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종자관련 내용은 국제 종자협약보다 완화된 내용으로 국내법에 저촉되는 것이 없다. 이런 것을 종합했을 때 유엔 농민권리선언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깊은 논의와 검토 없이 관료들의 실무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을 존중한다는 문재인정부가 농민권리 문제에서 관료주의로 일관했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유엔에서 두 번의 의결 과정이 남아 있다. 정부는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조속히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보고하고 새로운 방침을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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