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⑨] 김관영 전농 전북도연맹 정책위원장

“준비된 농민이 농협 개혁 만든다”
농협 개혁, 전농 차원 정리 필요 … 선거비 보존해야 금권선거 막아

  • 입력 2018.11.11 15:1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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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6년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초 농협의 지주체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농민·사회단체도 농협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또한 국회가 개정 농협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만든 농협발전소위원회도 휴면 상태다. ‘농협 개혁’ 목소리가 잦아드는 형국이지만 “농협이 문제”라는 농민들의 성토는 여전하다. 매월 농협 전문가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농협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22년 전인 1996년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관영 전농 전북도연맹 정책위원장. 그는 농사가 그냥 좋아서라고 했지만, 어렵사리 결정한 농민운동의 길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마을이장을 지낸 그는 이전과 다른 마을 운영을 고민했다. 회계 투명성과 토론·합의를 통한 민주적 결정 등이 그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조직운영의 기본임에는 틀림없다. 이후 김 정책위원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황토현농협에서 감사만 7년째 맡고 있다. 그는 농협 개혁에 있어서도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농협 개혁 관심은 언제부터.

황토현농협은 4개 지역이 합병한 농협이다. 2009년 여러 문제들로 조합장 탄핵 투쟁을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법과 규정도 몰랐다. 그때 당시 정읍시농민회 4개 지역 지회 회장·총무단이 모여 하나하나 사안을 놓고 토론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아가며 조합장 퇴진은 대의원총회 참석 대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된다는 걸 알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징계는 2분의 1이 찬성하면 된다. 결국 조합장 징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농협 개혁 모임이 구성됐다. 이를 토대로 황토현농협 감사도 맡게 됐다.

감사를 맡고선 농협 개혁의 큰 틀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작은 몸부림을 쳤다. 합병농협이다 보니 서류부터 사업방식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부분부터 통일하며 제도를 개혁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교육이다. 교육의 형식적 틀은 있지만 사업설명회나 상식을 알려주는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 교육을 강조한 배경은.

대다수의 농협이 마찬가지지만 지역농협 임원 중에 그 농협의 정관이나 매년 나오는 결산서를 읽은 임원이 거의 없다. 내 농협의 규정과 규약도 모른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은 있을지언정 법과 규정 부분엔 상당히 약하다. 대의원도 마찬가지다. 농민들 스스로 준비가 안됐는데 농협 개혁이 가능할지. 그만큼 농협 개혁이 어렵다는 얘기다.

직원들은 어떨까? 주요 직원을 제외하곤 마찬가지다. 그러니 농협이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큰 틀의 문제를 제기하려면 오랫동안 준비해야만 한다.

우선 농협에 대한 농민의 관심을 끌려면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줘야 한다. 협동조합운동론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체계적 준비가 안 돼 있다. 실무자가 없으니 이전부터의 연계성이나 장기적 고민도 풀리지 않는다. 시군농민회도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읍면은 지역농협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농에 투영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 개혁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농협을 바라보는 전농 회원들의 관점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지역 단위농협이 바로 섰을 때 농산물제값받기운동 등이 농민회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체 농민의 싸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을 등한시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 농민회 출신 조합장도 많지 않나.

농민회에서 힘을 합쳐 조합장을 당선시켜도 웬일인지 대립구도가 벌어지기도 한다. 농민회가 조합장을 당선시켰으면 그 조합장이 제대로 농협을 운영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배경이 돼야 하는데 어느 순간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려는 모습도 있다. 이해와 요구가 맞으면 크게 관여를 안 하기도 한다.

또한 농협 조합장이나 임원이 되면 기득권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을 어떻게 처음부터 다시 되돌려 세울 것인가도 고민이다. 농민회가 조합장이나 임원을 준비할 때 철학이 없어서 그렇다. 앞서 얘기했듯 복합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 농협법 개정 등이 또 화두다.

법 개정 등을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 토론회 등을 통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선거비용 보존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공직선거처럼 득표에 따라 선거비를 보존해야 한다. 안 그러면 금권선거가 이뤄지게 돼 있다.

지금으로선 돈 선거를 막을 수가 없다. 조합장 선거의 경우 적어도 2억원의 비용이 든다. 1년 연봉이 1억원이라고 치면 4년 임기 동안 4억원을 받는다. 시장이나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지만 조합장 월급은 차기를 위해 고스란히 재투자된다. 그러면 선거비용은 어디서 충당하겠나?

심지어 임원선거도 그렇다. 평균 1인당 선거비용을 1,000~1,500만원 잡는다. 돈 선거는 공공연히 밝혀진다. 근데 지역사회다 보니 공개를 못할 뿐이다.

감사를 하면서 하나의 자부심은 있다. 지역 내 모든 농협이 다 돈 선거를 해도 황토현농협의 감사선거는 돈 선거를 안했다.

그리고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도 이뤄져야 한다. 현 시점에서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농협중앙회를 뚜드려 고치는 건 만만치 않다. 그나마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해야 지역농민의 이해와 요구를 담는 농협중앙회가 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어쨌든 기본이 돼야 한다. 농협은 지역 농업과 문화의 중심이다. 그런데 지역 내 농업에 대한 현황도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지역의 논이 몇 마지기고 이 논에 어떤 작물이 들어가고 밭은 몇 평이고, 주요작물은 뭔지, 이런 통계가 나와야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또한 주민의 세대 현황도 있어야 한다. 현재는 다분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계가 없는 곳도 있고, 있어도 직원들이 숙지를 못하는 곳도 있다. 농협이 지역농민의 중심에 서는 건 명확한 계약재배를 이뤄내는 것이다. 계약재배의 형식과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 생산비를 보장하는 계약재배가 되려면 조합장이 바로 서야 한다. 결국 조합장을 선출할 농민부터 기본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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