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여력 안 되니 물려받은 땅인들 포기할 수밖에…”

한국농어촌공사, 2006년부터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추진
농지매입으로 경영위기 농가의 부채상환 및 영농 정상화 지원
환매권 보장하나 여건상 포기하거나 환매 후 빚더미 앉기도

  • 입력 2018.11.11 13:1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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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09년 4월 공사 농지은행에 땅을 팔았어. 그 돈으로 농사하다 진 빚 갚고, 10년 동안 땅 빌리는 값 꼬박 내며 또 채소 키웠지. 나아진 건 없어. 이제 곧 내 나이 팔십인데 무슨 수로 그 땅을 다시 사겠어.”

한평생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었다는 농민 장경구(79)씨의 말엔 한탄마저 묻어났다. 장씨는 반복된 농산물 가격 폭락과 영농 실패로 빚을 지게 됐고 부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연히 ‘경영회생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2009년 4월 해당 사업에 지원해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최규성, 공사)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06년 도입된 경영회생지원사업은 자연재해나 부채 등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의 농지를 매입해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토록 지원하는 제도다. 공사 농지은행이 매입한 농지는 이전 소유자인 해당 농가에 임대 및 환매권을 보장하며 농민의 영농 정상화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지원 대상 선정도 꽤 까다롭다. 재해로 인한 피해율이 50% 이상이거나 부채가 3,000만원 이상이며 자산대비 부채의 비율이 40% 이상인 경우만 해당된다.

사업지침서상 매도한 농민이 땅을 임차할 수 있는 기간은 7년이고 만료 전 평가를 통해 3년 이내로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최장 10년의 임대 기간 중 농민은 언제든지 해당 농지를 다시 살 수 있는 우선권을 보장받으며 그 가격은 환매 시점의 감정평가액 또는 정책이자율 연 3%를 환매까지 걸린 기간과 공사가 지불했던 매입가격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산출한다. 환매대금은 종료 후 3년까지 분할 납부할 수 있다. 농지가액의 50%이상인 경우 일부를 부분 환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씨의 경우 2009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일원의 농지 3,000평 정도를 공사에 매도했다. 당시 매매대금으로 약 2억4,000만원을 받았고 이후 해당 금액의 1% 수준인 임차료를 10년간 농지은행에 지불하며 감자·배추 등을 재배했다. 장씨는 “이 사업으로 큰 도움을 받아 공사는 물론 담당자분들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마음을 표하는 한편 “환매를 하려고 보니 이자가 연간 3%씩 10년으로 땅값의 30%나 되고 지금까지 지불한 임대료 10%까지 합하면 공사가 땅값의 40%를 벌어가는 계산이 나왔다”며 “공사가 농민을 대상으로 금융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농촌 실정에 맞는 환매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차하면 가격이 바닥을 기고 시세가 좀 괜찮다 싶으면 외국서 수입해 들여오는 게 우리 농업 현실이라 농민이 농사를 지어 이익을 내기가 참 어렵다”며 “공사가 매입했던 금액 그대로 환매해도 땅을 되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을뿐더러 주변에서 농지를 환매한 사람들 역시 다른 금융권 대출로 대금을 분할 상환하는 등 결국 다시 경영 위기에 처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에 장씨는 △매입금액 그대로 환매가격 책정 △대금 분할납부 기간 연장 △환매권자 자격 확대 등 환매조건 변경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유사한 내용의 민원을 종종 받는데 농가 입장에서는 공사가 매입한 금액으로 환매하고 분할 납부도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겠지만 그걸 전부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 예산이 반영되는 사업으로 정책 효율성을 따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사업 추진 이후 수차례에 걸쳐 관련법과 지침을 개정했고 그 결과 농민 편의를 도모할 분할상환과 부분환매, 수시납부 및 이자율 공제 등이 도입된 것”이라 설명하며 “환매 기한이 만료된 농가로 따지면 전체의 약 80%가 매각 농지를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사 집계에 의하면 지난 9월까지 해당 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1만112호에 달하며 이 중 약 24%인 2,461호가 매각한 농지를 다시 구매했다. 2006년 지원받은 농가의 경우 전체 185호 중 75%인 139호가 농지를 되찾았고 2007년엔 444호의 83%인 369호가 환매를 완료했다.

한편 지난해 공사가 실시한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설문조사 결과 항목별 만족도는 △매도가격 83% △임대기간 65.9% △납부방식 61% △환매농지가격 9.2% 등으로 파악됐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더 많은 농가가 토지를 환매할 수 있도록 재무 컨설팅과 영농기술 전수 등 교육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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