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쿠키’ 빌미로 유기농 가치 매도하는 언론

유기농의 건강성 관련 연구, 종합적·지속적으로 이뤄져야

  • 입력 2018.11.04 07: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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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일부 언론에서 유기농 먹거리의 가치를 축소시키고 있다. 이는 유기농 그 자체에 대한 의미 축소로까지 연결될 우려가 있어, 가뜩이나 정체 상태인 국내 친환경농업에 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강조하는 보도가 나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9월의 ‘미미쿠키 사태’였다. 한 업체에서 대형마트의 쿠키를 유기농 원료로 만든 쿠키라 속여 판매한 사실이 적발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보도들은 유기농 먹거리에 대해 “관행농산물과 비교해 건강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기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10월 22일 주간동아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유기농 작물이 일반 농축산물보다 더 위험할 수도>)”는 주장을 펼친 곳도 있었다. 유기농산물이 화학적 위험으로부턴 안전하지만 물리적·생물학적 위험으로부턴 안전하지 않다는 게 요지이다.

9월 28일 시사저널 <‘유기농=건강식’ 착각이 미미쿠키 사태 키웠다>는 “화학비료는 제한된 공간에서 정제해 만들기 때문에 불순물이 섞인 천연비료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이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유기농 제품이 더 건강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반면 해당 언론들은 유기농 먹거리의 건강성을 실험·증명한 학자들의 연구성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위 시사저널 기사에선 미국 영양사협회(ADA)의 발표를 인용하며, 유기농 식품에 들어있는 항산화물질 함량은 일반 식품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일랜드 티개스크 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기농 양파의 항산화 활성과 플라보노이드 수치는 관행 양파보다 확실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암 효과가 있는 플라보노이드의 경우, 관행 양파보다 최대 20% 더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유기농산물의 건강성에 대한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 친환경농산물의 섭취에 따른 장내 미생물 조성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주일 간 친환경먹거리만을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 복부 불편감과 팽만감 등이 개선되고,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은 증가하고 유해균은 감소한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친환경먹거리의 건강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하며, 전문가들의 참여도 많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기농의 ‘건강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필요하다. 친환경농업계는 유기농의 건강성이 영양학적 건강성만을 말하는 게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함으로 인한 생태환경과 사회 전반의 건강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또한 유기농의 건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강화를 위한 교육, 홍보 및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꾸릴 필요가 있다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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