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계획서’로 조합원 자격 유지 논란

  • 입력 2018.11.02 11:1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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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세종중앙농협의 지난 2016년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
세종중앙농협의 지난 2016년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

충남 세종시에 위치한 세종중앙농협에서 영농계획서 제출만으로 무자격 조합원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종중앙농협 이사에 출마한 안모씨는 선거인 명부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자격이 없는 조합원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어서다.

농협중앙회에 의하면 「농업협동조합법」 시행령 제4조 제2항에 따라 천재지변, 살처분, 토지·건물의 수용 등 농축산업을 영위하기 힘든 경우 1년에 한해서 영농계획서 제출 등으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유예기간 안에 현업에 복귀해 농민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세종중앙농협은 지난 2014년 전체 조합원 2015명 중 918명(45.5%)이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했고, 2016년에도 조합원 2,013명 중 861명(42.7%)이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안씨는 이에 조합장과 상임·비상임이사, 대의원 등 무자격 조합원을 통해 치러진 선거는 무효라며 농협중앙회와 감사원 등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자 자비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또한 이런 문제제기에 농협중앙회는 오히려 감사를 통해 대출받은 영농자금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며 일부 반환을 요청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는 게 안씨의 주장이다.

안씨는 “내년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조합장을 제대로 뽑는 풍토가 진전되면 우리나라의 농업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선 농협중앙회가 1년이 지난 영농(양축)계획서를 느슨하게 관리하면서 무자격 조합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농계획서 제출만으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조합원이 엄청나게 많은데 농협중앙회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무자격 조합원이 숨어 있다”며 “이로 인해 농협 선거의 대의성이 왜곡되고 농협 개혁의 속도가 더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종중앙농협 외에도 용인·의령·순정·장흥축협 등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으며 고성축협에선 법적 분쟁도 있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3월 전국 지역농·축협에 발송한 ‘2018년도 조합원 실태조사 추진계획’에서도 ‘불가피한 사유없이 영농(양축)계획확인서를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무자격자를 방치하는 경우’가 주된 위반사례이자, 주요 감사 지적사례로 나와 있다.

농협은 올해 10월까지 조합원 194만8,481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무자격 조합원 7만4,872명을 적발했다. 무자격 조합원은 전체 조사 조합원 중 3.8% 수준이지만 영농계획서를 통한 조합원 자격 유지 조합원을 제대로 조사할 경우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내년 선거를 치른다면 조합원 자격 시비에 따른 줄소송도 불가피하다. 무자격 조합원의 빠른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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