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등’ 논리는 기득권 이데올로기

  • 입력 2018.10.28 17:0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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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2013년 쌀값은 80kg 1가마에 약 17만4,000원 내지 17만6,000원을 유지했다. 그 이후 쌀값이 점차 하락해 2016년에는 약 12만9,000원대로 폭락했다. 그리고 새 정부 출범이후 2017년 수확기에 약 15만4,000원대로 올랐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올해 수확기 직전에 약 17만6,000원 내지 17만8,000원대로 올랐다.

위 쌀값의 변화추이는 사실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두고 쌀값이 폭등했다는 해석과 회복했다는 해석으로 나뉜다. 현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쌀값이 폭등했다고 해석하는 관점에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의 이데올로기가 진하게 묻어 나온다. ‘저물가-저임금-저비용’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기득권의 논리가 최근 쌀값을 두고 ‘폭등’이라는 해석을 우리 사회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쌀값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은 물가안정이라는 미명아래 저물가를 위해 희생돼야 했다. 저임금과 저비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의 논리에서 ‘저물가’는 필수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득권 논리는 수직적인 사회경제구조에서 비용 부담을 아래로 떠넘기고, 그 대가로 이윤과 소득을 위로 뽑아 올리는 것을 당연시했다.

재벌과 대기업 그리고 부자를 비롯한 기득권의 막대한 부의 원천이 되는 ‘이윤’을 신성불가침의 절대영역으로 만드는 이데올로기가 됐다. 이러한 기득권의 논리와 이데올로기는 대다수 국민에게 사회경제적 약자끼리 작은 몫을 두고 훨씬 더 치열한 경쟁에 관심을 쏟도록 강요했다.

쌀값 폭등을 주장하는 논리는 이러한 기득권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쌀값과 농산물가격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서도 같은 논리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소상공인, 골목상권 등 모든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정부로 하여금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부의 분배 및 재분배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촛불항쟁을 거쳐 성장한 국민의 인식 때문에 기득권의 논리가 갖는 힘은 예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국가, 공정경제 등 정부의 주요 국정기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기반은 여전히 광범위하고 강하다.

오히려 정부가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을 더욱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쌀값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예정된 직불제, 농산물 가격 등 전반적인 농정도 개혁의 속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 정부에 부여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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