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소비자 물가가 나날이 폭등해도 유독 가격이 오르지 않는 먹거리가 있으니, 바로 국민의 주식인 쌀이다. 쌀값은 그 동안 제대로 오르긴 커녕 오히려 주기적으로 폭락을 거듭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각 언론에서 ‘쌀값이 폭등해 소비자들이 힘들다’는 논조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산지 쌀값은 80kg당 19만3,00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5일의 산지 쌀값 15만892원에 비해 4만원 이상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쌀값이 오른 것만 보고 쌀값 ‘폭등’을 이야기하긴 힘들다. 2015년 이래 연이은 풍년으로 인한 쌀 생산량 증가 및 소비량 감소, 쌀 수입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쌀값이 폭락해, 지난해 6월 쌀값은 80kg당 12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매년 일부 쌀 물량의 시장격리 조치를 통한 쌀값 안정을 시도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쌀값은 올해 들어 그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살폈을 때, 쌀값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없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는 상승해 온 데 반해, 쌀값은 1990년대 수준에서 소비자 물가를 따라 오르지 못하고 정체된 지 오래다. 이는 위 그래프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와, 물가지수를 상징하는 대표적 음식인 짜장면 가격은 1998년 이래 지난해까지 줄곧 상승했다.
짜장면은 1998년 한 그릇 당 3,000원을 약간 넘었으나 지난해 약 5,5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도 1998년 대비 66% 가량 올랐다.
반면 쌀값은 짜장면 가격과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와 비교해 보면 완벽히 정체 상태다. 1998년 1kg당 1,805원을 기록했던 쌀값은 2002년 1,909원, 2006년 1,783원을 기록하더니 2010년 1,706원으로 떨어졌다. 2014년 2,134원으로 반등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대폭락해 1,633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1kg당 쌀값 1,633원을 100g, 즉 밥 한 공기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63원. 생수 한 병 가격인 500원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올해 ‘폭등’했다는 쌀값을 봐도 이를 100g 기준으로 환산 시 220원 수준이다. 농민들은 100g당 300원은 보장돼야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치솟는 물가들 중엔 당연히 농민들의 쌀 생산 제반 비용도 포함된다. 현재의 쌀값도 농민들의 삶을 개선하기엔 여전히 모자란 수준이다. 2014년 회복된 쌀값이 2015년으로 넘어가면서 폭락했던 것처럼, 지금의 쌀값이 다시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5일 산지쌀값 19만3,008원은 같은 달 5일의 19만4,772원에 비해 0.9%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6월 이래 대체적으로 지속돼 온 쌀값 상승세가 처음으로 대폭 꺾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 쌀값은 ‘폭등’이 아니라 ‘회복’ 중이다. 그러나 회복 중인 쌀값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펼치는 ‘쌀값 폭등 프레임’이 정부 정책 및 소비자 인식에 악영향을 끼쳐, 언제 다시 쌀값이 폭락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한국농정>은 일각에서 펼치는 ‘쌀값 폭등 프레임’의 문제점과 실제 쌀값에 대해 시민들이 갖고 있는 인식 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