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어디로 가야하오’

“청년농 육성은 허구·현장 배제 농정” vs “신규농민 육성·보호에 충분·적합”
도의회, 찬반 의견 듣는 토론회 개최 … 주민들 “신뢰 농정 없이 이제와 협조 바라나”

  • 입력 2018.10.28 10:43
  • 수정 2018.10.28 10:4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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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4일 전북도의회에서 최영심 도의원의 주관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4일 전북도의회에서 최영심 도의원의 주관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문재인정부가 사실상 첫 농정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이 취지의 타당성 논란 속에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전북에선 여론이 완벽하게 양분돼 좀처럼 동력을 마련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애초 현장 농업계의 의견 수렴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회 정의당 최영심 의원은 지난 24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타당성과 문제점에 관한 토론회’를 주관하고 직접 좌장을 맡았다. 최 의원은 “사업 진행 이후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엇갈리고 후보지 선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어 양쪽 의견을 들어보고자 토론회를 열었다”며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모두 도에 전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민관 농정협의체인 삼락농정위원회가 배제된 채 공모가 추진됐다는 지적에 뒤늦게 의견 수렴을 진행했지만 사업 백지화 및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그사이 사업예산은 1,600여억원 규모에서 64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삼락농정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는 한 차례 파행되는 수모를 겪었다.

발제를 맡은 이진천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스마트팜 밸리는 ‘스마트팜 청년 창업생태계 조성’과 ‘스마트팜 산업인프라 구축’을 엉뚱하게 접붙임하면서 그 정체가 불분명해졌다”며 “본래 실증단지가 주 목적이어야 할 사업이지만 김제의 경우 전체 면적 14.5ha 중 실증 단지는 2.7ha에 불과, 농식품부의 예산안을 봐도 실증 분야에는 20%만이 배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에 접어들며 참으로 느닷없이 청년농업인 육성이라는 중차대한 의제가 대충 졸속으로 스마트팜과 결합됐다”라며 “정부는 스마트팜 창업을 청년농업인 창업과 연결시켜 정책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 증거로 ‘스마트팜 밸리’의 등장 이전까지 정부나 학계에서 스마트팜과 청년농민 육성을 연관시켜 고찰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어 “성공은커녕 애꿎은 청년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나머지는 스마트팜 기술자가 되어 관련 업체에 취업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정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고 정리했다.

이에 맞서 시설원예농가 대표로 나선 강형진 씨는 “스마트팜이나 혁신밸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거나 “군사독재정권 시절 ‘빨갱이’ 딱지 붙이기처럼 농업판 4대강, 적폐밸리 등으로 프레임부터 씌운다”며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생태농업, 조선시대 농업방식으로는 수많은 현재의 농업문제 중 그 어떤 것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라며 “스마트팜은 생산성을 2배, 3배 높여주는 신기술이라기보단 초보자들이 망하지 않게 해주는 매뉴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옹호했다. 생산과잉에 대해서도 “매년 배출되는 교육생 50명 중 70%가 1,000평 규모 창농을 하면 10년에 120ha가 늘어나는데 그 모두가 한 작목을 기른다 해도 전국 면적 기준으로 2%”라며 “이 정도 면적증가로 생산과잉이 일어나는 것은 희귀작물들로, 과잉생산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김관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정책국장은 “전북도연맹은 스마트팜을 반대한 적은 없으며 그 누구보다 농업의 기계화, 과학화를 바란다. 그러나 이것을 밸리로 묶은 황당한 탁상행정을 반대했을 뿐”이라며 “농업을 살리고 현장을 과학화하는데 있어 답은 현장의 농민들에게 있으나 이 사업을 진행하기 전 현장 농민들과 한번도 사전 토론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현장에 있는 농민들에게 기술보급을 해줬으면 좋겠다. 농사환경이 나아지면 자식들이 안 들어올래야 안 들어올 수가 없다”라며 “투자만큼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나름 어떻게든 고효율을 내보려고 노력하는 게 현장 농민들이다. 그렇게 버틴 농민들과 순식간에 같은 손바닥 위에서 경쟁하게 해 괴리감을 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종원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실증단지의 면적이 적은 이유는 집적화·규모화가 이뤄져야 그로 인한 물류·유통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밸리에 지금 들어오는 영농인에겐 ‘내가 예전에 이렇게 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시각이 아니라 좀 더 빠른 시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넓은 아량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신용과 사업계획서만으로 평가해 담보도 없이 자금을 융자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청년농의 유입이 절박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실패를 줄이는 모델을 만드는데 노력한다면 20개월의 실습과 3년 정도의 임대기간은 토대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현 사업 계획을 평가했다.

한편 스마트팜 혁신밸리 예정 부지인 부용저수지의 소재지 백구면 일대는 주민들이 찬반으로 쪼개져 있다. 이날도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부용저수지습지보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반대 주민들과 시설원예농가 위주의 찬성 주민들이 정돈되지 않은 설전을 벌이며 혼란스런 양상을 보였다.

그 가운데선 농정당국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해 주목받은 이도 있었다. 부용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조은희 씨는 “우리 도에서 해결하지 못해 손님(이진천 대표)을 불러놓고 거기에 비방을 하고… 전라북도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화끈거린다”며 “농민들이 이렇게 힘든 세상을 걷는데 왜 똑같이 걷게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포도농가가 가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예로 든 조씨는 이 자리에 나와있던 전라북도의 담당 공무원을 향해 “재해가 나서 농사를 망치면 농민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스스로 자책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며 “이런 농업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주면 스마트팜이든 뭐든 어떤 것이 들어온대도 농민들이 앞장서서 길을 닦아주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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