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마사회 국감, 사행성 조장·불법경마 문제 집중 추궁
과거청산·가짜일자리 쟁점 … 사회공헌 강화 주문도
김낙순 회장 “업무파악 1년은 걸린다” 부실답변 눈총

  • 입력 2018.10.28 09:5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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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경마 사행성 조장과 불법경마 문제가 집중 추궁됐다. 여야는 조직 내부의 과거청산, 가짜일자리 논란 등에서 다소 입장차가 있었지만 마사회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엔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9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마사회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낙순 마사회장이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마사회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낙순 마사회장이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마사회 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선 고질적으로 지적됐던 사행성 조장과 불법경마 문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가 꼬리를 물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경마사업 혁신을 주문했다. 결론적으로 사행성을 부추기는 마권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마권을 구입하는 사람은 1,50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줄었는데 1인당 마권구입액은 50만원에서 60만3,000원으로 상승했다. 해마다 지적했는데 실명제가 아니기에 생긴 문제다”라며 마권 판매 방식 중 자율발매기, 마이카드, 모바일 운영이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권 구입은 1회 1인당 10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있지만 자율발매기가 도입되며 유명무실해졌다. 마이카드는 1인당 평균 마권 구매액이 641만원, 마권 구입 1위가 총 2억5,229만원(배팅횟수 29만3,389건)으로 너무 접근성이 좋다는 평이다. 모바일 마권 판매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손금주 무소속 의원은 “마이카드 회원 추천 이벤트에 참여하면 개인통장에 현금이 입금되는데 사행성 오락으로 유도하는 이벤트 아닌가. 게임산업진흥법은 경마를 사행성게임물로 보고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면서 “통제가 안되는 구조다.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국회의 시각이 바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날로 커지는 불법경마 규모에도 우려를 보였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마사회의 경마 매출이 7조8,000억원인데 불법경마의 규모는 13조원이다. 148명이 불법경마를 단속한다는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불법경마 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다”라며 “불법경마 단속에 예산을 더 투자하고 신고포상금도 높여 불법경마를 근절해가면 마사회의 매출도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명관 전 마사회장 시절부터 누적된 경영상 난맥은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마사회는 실패한 위니월드 사업과 관련해 현 전 회장을 고발하고 뜨거운 감자였던 용산화상경마장을 폐쇄하는 등 내부혁신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다. 현 전 회장은 이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사회는 여전히 현 전 회장의 그림자가 짙다. 마사회는 재산종합보험에 해마다 가입했는데 2015년까진 1년에 9억원 이상이 들었다. 그런데 2016년엔 3억원, 올해는 2억1,000만원이었다. 위니월드 사업으로 800억원 이상의 돈을 날렸다. 확실하게 과거청산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장외발매소는 총 30곳으로 제한돼 있는데 구태여 30곳을 다 채울 이유가 있느냐. 추가로 화상경마장을 여는 데 동의할 수 없다”라며 “경마 환금률이 73%로 낮은데 이를 올리는 개선안을 내야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른바 가짜일자리 논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은 “마사회는 지난해 기획재정부 조사에서 공공일자리 증원 1위를 했다. 실제는 기존에 일하던 발매직·진행직 등을 전환한건데 국민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나왔다고 할 수 있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주말에 하루에서 3일간 근무하는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우수사례라 한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겸직할 수 없어 되레 그만둬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비판했다.

마사회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사회 매출의 최소 1%는 사회공헌 예산으로 가져가야 한다. 사회공헌사업에서 농업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농촌문화사업 지원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라며 이에 관한 마사회의 관심을 주문했다.

한편, 김낙순 마사회장은 “마사회 업무를 단시일 내에 숙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1년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부실한 답변을 이어가 의원들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이에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은 “마사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충분히 준비된 것 같지 않다. 놀라운 건 배석자 중 회장을 보좌해야 하는데 누구도 나서지 않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라며 “오늘 국감만 지내면 만사휴의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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