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서 쌀은 어느 정도 비중일까요?”

소비자와 함께 가계 식비서 쌀 비중 알아보니 고작 5% 내외

  • 입력 2018.10.28 09:50
  • 수정 2018.10.28 17:4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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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쌀값 상승은 소비자 가계지출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쌀값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진 직후인 지난 22일 실제 소비자들을 만나 쌀값과 밥상물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일반 가정 식비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인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8일 전남 보성군 노동면의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일반 가정 식비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인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8일 전남 보성군 노동면의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월요일 느즈막한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한 카페에서 인근에 이웃한 소비자 3명을 만났다. 가격이 4,600원인 카페라떼를 대접하곤 쌀값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눈치없는 기자는 ‘조각케잌이라도 함께 주문할 걸’하고 뒤늦게 후회했다. 그래봤자 2만5,000원이면 될텐데….

40대 주부인 최병임씨는 아이가 2명, 역시 40대 주부인 윤은미씨는 아이가 3명으로 각각 네 식구, 다섯 식구의 가정 살림을 맡고 있다. 주로 인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만 알뜰장터나 인터넷몰을 이용하기도 한다.

두 가정 다 아이들 때문에 매 끼니를 챙길 수밖에 없다고. 1달 식비는 약 100만원 내외로 어림짐작했다. 식비에서 외식은 계산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제외했다.

최씨는 “쌀은 대개 20㎏ 1포대를 구입하는데 70일 정도면 소비하는 것 같다. 마침 열흘 전에 쌀 1포대를 5만3,000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10㎏ 포장된 쌀을 주로 구입하는데 그렇게 사면 보관도 용이하고 바로 도정한 걸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다 소비하는데 25일 정도 걸리던데 직전엔 이천쌀을 3만4,000원 내외에 구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양 가정의 1달 식비를 100만원으로 가정하면 최씨는 식비에서 쌀이 차지한 비중은 약 2.2%, 윤씨는 4.1% 남짓이다. 윤씨는 햇반도 떨어지지 않게 구입하니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두 주부는 햇반, 떡 등 관련가공품을 다 계산해도 쌀이 식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 남짓으로 추산했다.

50대 주부인 김재현씨는 아이들은 독립하고 남편과 함께 생활한다. 1달 식비는 50만원 남짓. 아침엔 선식을 먹고 끼니마다 잡곡밥을 짓는다고 한다. 햇반과 누룽지도 즐긴다. 김씨는 “쌀은 한달 보름전에 샀는데 아직 남았다. 식구가 두명이고 잡곡도 섞으니 백미가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짐작에 쌀이 전체 식비에서 5%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월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에 4만8,252원으로 밥 한 공기(100g 기준)에 약 241원 수준이다. 이는 산지 쌀값이며 소비자는 구입경로와 품종 그리고 포장단위에 따라 제각각 다른 가격에 쌀을 구입한다. 최씨는 쌀 20㎏을 5만3,000원에 구입했으니 밥 한 공기당 265원이 들어갔다. 윤씨는 이천쌀 10㎏를 3만4,000원 즈음에 구입했다니 밥 한 공기당 340원을 소비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구체적으로 밥상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본적은 처음이다”라며 매 끼니마다 밥을 먹는데 비해 그 비중이 매우 작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다들 중간유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졌다. 최씨는 “쌀값이 오르는 건 체감이 되는데 폭락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윤씨는 “고품질의 쌀이면 10㎏에 4만원까진 구매의향이 있다. 그러면 80㎏에 32만원인데 산지에선 19만원이라니 그 격차는 어디로 간건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며 김씨는 “나이든 농민들이 등허리 휘며 쌀농사를 짓는데 이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분들마저 없으면 쌀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고 수입쌀이 풀릴거다”라며 쌀농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 9월 기준 전체 가계지출 대비 쌀의 가중치는 5.2, 물가기여율은 5.45% 정도다. 휘발유의 가중치는 25.1에 달하고 물가기여율은 12.16%에 이른다. 황성혁 농협미래경영연구소 박사는 “일부 소비자단체에서 쌀값 상승에 반발해 대신 수입쌀을 먹겠다는 얘기까지 나와 충격을 받았다”라며 “쌀농사는 식량안보와 직결된 부분이 있다. 농업계에서 쌀이 지닌 사회적 가치,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며 소비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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