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 감동과 먹먹함을 나누다

올해 27번째 수상자들과 한자리

  • 입력 2018.10.27 20:59
  • 수정 2018.10.27 21: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24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7회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에서 박진도 심사위원장과 수상자 황보인식, 김상권, 원건희씨, 오교철 재단이사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7회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에서 박진도 심사위원장과 수상자 황보인식, 김상권, 원건희씨, 오교철 재단이사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늘 상 받으신 분들 영상을 보니 참 감동적이네요.”

지난 24일 양재동 엘타워 그랜드홀에서 열린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 여성농민의 소감이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은 상을 받는 사람만 기쁜 자리가 아닌 모두가 기쁜 자리였다. 일생을 농업에 헌신한 수상자들을 보면서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농’에 대한 가치와 희망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교철 대산농촌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는 우리 역사에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해다. 평화와 번영의 세상으로 나가는 노력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은 시대의 흐름과 기쁨에 동참하지 못하고 소외됐다. 혹한·냉해 등 불가항력적 자연재해와 세상의 무관심 속에 농민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어려움을 짚으면서, 수상자들에겐 대산농촌문화상 영예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가실 앞으로의 큰 활동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의 주인공인 3명의 수상자 △원건희 그래도팜 고문(농업경영 부문) △김상권 전 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법인 대표(농촌발전 부문) △황보인식 해남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농업공직 부문)는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오로지 농업 한길을 걸었다.

원건희 고문은 강원도 영월에서 ‘평생 100번도 지어보지 못하는 농업에 장인은 없다’는 겸손한 철학을 바탕으로 고품질 유기농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5,000명 이상의 고정 소비자 회원을 확보해 시장가격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가격정찰제’와 부부 노동력만으로 생산 가능한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중소가족농의 경영모델을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원 고문은 “유난히도 예민하고 약했던 아내를 만나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약을 안치고 농사짓는 방법을 찾아 헤매다 유기농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유기농의 경험과 지식을 후대에 전하고 쇠퇴기에 접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히다 눈시울을 붉혔다.

김상권 대표는 1999년 귀농해 경기도 화성시에서 유기농 배·사과를 재배하면서 10년 뒤 농민들과 ‘유기농배연구회’를 결성하는 등 어렵기로 이름난 과수 유기재배 현실의 돌파구를 찾았다. 저농약인증제 폐지 이후 배 농가가 친환경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기술을 공개해 30여 농가가 무농약으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유기농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회원들이 너무 귀한 동지이자 선생님”이라며 “유기농 배 생산이 가능해지자 다음 문제는 판로였다. 생산과 소비 불균형으로 어렵게 생산한 유기농 배를 주스용으로 자가판매해야 했던 막막한 시절도 있었지만 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법인의 5년 노력 끝에 백화점과 마트에서만 판매되던 유기농 배가 이제 학교급식에도 납품되는 획기적 전환을 이끌어 냈다”고 회고했다.

농촌지도사로 40여년 한길을 걸은 황보인식 해남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일에 헌신했다. 특히 해남지역에서 양파 채종사업을 성공시켜 5톤 수준이던 국내 양파종자 생산량을 15톤으로 끌어올려 50억여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왔고, 미니밤호박 공중재배법을 개발하는 등 250여 농가들과 연 45억원 소득 창출을 하고 있다.

황보인식 농촌지도사는 “미맥 위주로 편성된 해남 농업구조에 변화를 주고자 미니밤호박을 도입했고, 가격을 생산자가 정해 농가에 적정소득이 보장되는 효과도 얻었다. 지역에서 농민들을 만나면 고맙다고 말 해주시는데 그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40년 공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후배 지도사들과 나누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대산농촌재단은 국내 최초로 교육보험을 도입한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이 지난 1991년 세계화 개방화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위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농촌 지원 공익재단이다. 특히 ‘대산농촌문화상’은 농업부분 최고의 상이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철저한 심사를 통해 농업과 농촌발전에 크게 공헌한 농업계 인사들의 업적을 기리고 농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어 큰 신망을 받고 있다. 지난 1992년 1회 수상자를 낸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 27번째 수상자를 선정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