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쌀값 폭등?

  • 입력 2018.10.27 14:35
  • 기자명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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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br>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쌀값 폭락과 정부의 무분별한 농지전용으로 지난 10년간 쌀 재배 면적은 21% 감소했다. 매년 1만4,000ha 농지가 사라진다. 2017년 쌀 생산량은 37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톤 밑으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작년보다 12만톤 줄어든 385만톤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속도보다 쌀 생산 면적 감소폭이 가파르다.

농민들은 지난 30년간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한 쌀 가격으로 고통 받았다. 전체 농업소득에서 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45%에서 현재 22%로 반토막 났다. 2016년 수확기 쌀 가격 12만9,000원은 30년 전 가격이며 2017년 수확기 쌀 가격 15만3,000원은 20년 전 가격이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정권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농산물은 항상 저임금 구조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될 것을 강요받았다. 한국 농업은 수입개방과 저농산물 가격 정책, 농지전용과 낮은 식량자급률에 허덕이고 있다.

2016년 밥 한 공기 평균 가격은 175원, 2017년 밥 한 공기 평균 가격은 170원이다. 껌값은 쌀값에 비하면 상전이다. 2018년 10월 현재 밥 한 공기 가격은 220원이다. 언론은 밥 한 공기 가격이 30% 이상 올랐다고 호들갑이다. 밥 한 공기 300원, 쌀 1kg에 3,000원은 받아야 최소한 쌀 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외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쌀값이 금값이다’는 언론 앞에 묻히고 만다.

국민들은 그동안 쌀 걱정 없이 살았다. 쌀은 마치 공기와 물과 같아서 항상 국민들 곁에 안전하게 존재했다. 너무 싸서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다. 쌀 걱정은 항상 농민들 몫이었다. ‘지금 쌀값 걱정하는 여론이 어쩌면 더 다행이다. 무관심보다는 나으니까, 그래도 말은 하니까.’ 농민들 푸념이 애처롭다.

농민들에게는 쌀값을 보장하고 국민들에겐 쌀을 안정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라 부른다.

쌀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수요와 공급을 정부와 농협이 조절해야 한다. 쌀 공공수급제를 전체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로 확대하는 길이 농산물 값 안정의 지름길이다. 시장에 맡기면 농산물 값 폭등과 폭락을 막지 못한다. 초과 공급 물량을 정부가 조기에 매입해 가격이 안정됐을 때 방출하는 제도, 이것을 전에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라 불렀다. 해방이후 가장 혁신적인 농산물 가격 정책,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을 정부와 정치권, 보수언론은 사회주의 식량 계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채소가격안정제가 무엇인가. 농민들이 주장했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의 변형된 형태의 수급안정책이다.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학생을 대결하게 하는 언론, 쌀값이 오른다고 서민과 농민을 대립하게 만드는 언론의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저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을과 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갑들에게 쏟아질 화살을 조기에 차단한다. 국민들 ‘쌀값 너무 올라 장보기 두렵다’-농민들 ‘더 올라야 한다’ 이런 식의 대립구도를 언론이 만든다. 참으로 죄송한 말씀은 농민들은 쌀값이 오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 식량과 종자를 놔두고 나머지는 작년에 다 농협과 정부가 가져갔다. 마치 농민이 무슨 큰 돈이나 버는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분통은 이럴 때 터지는 것이다.

전체 노동자 50%가 월 200만원을 벌지 못한다. 비정규직은 대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집값 폭등, 사교육비 인상, 과도한 통신비 등등 서민들 허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이런 마당에 쌀값까지 오른다고 하니 걱정이 많을 터다. 그러나 보시라. 국민들이 한 달에 쌀값에 지불하는 돈은 불과 1만2,000원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 값이다. 전신 마비된 농업을 두고 이제 좀 피가 돌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살게 되었다고 말해선 곤란하다.

지금의 쌀값은 2012년과 2013년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다.

무관심보단 관심이 낫다. 그것도 사실이다.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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