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농사, 그 10개월의 시간이 막 시작됐다

  • 입력 2018.10.21 20:41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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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여명의 여성농민들이 비탈진 밭에 줄지어 앉아 양파 모종을 옮겨 심고 있다.
수십여명의 여성농민들이 비탈진 밭에 줄지어 앉아 양파 모종을 옮겨 심고 있다.
노지에서 키운 양파 모종을 여성농민들이 갈무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키운 양파 모종은 약 2만5,000평의 밭에 옮겨 심을 수 있는 양이다.
노지에서 키운 양파 모종을 여성농민들이 갈무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키운 양파 모종은 약 2만5,000평의 밭에 옮겨 심을 수 있는 양이다.
한 손에 호미, 한 손엔 양파 모종이 담긴 바구니를 든 여성농민들이 비어 있는 이랑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손에 호미, 한 손엔 양파 모종이 담긴 바구니를 든 여성농민들이 비어 있는 이랑으로 이동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 삼삼오오 모인 여성농민들이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 삼삼오오 모인 여성농민들이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여성농민들은 한 이랑에 모종을 다 심을 때까지 좀처럼 일어서지 않았다.
여성농민들은 한 이랑에 모종을 다 심을 때까지 좀처럼 일어서지 않았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전북 고창의 비탈진 밭은 크고 넓었다. 비닐로 덮인 이랑은 한 눈에 셈하지도 못할 정도로 길고 넓게 퍼져있었다. 그런 이랑마다 일방석을 끼고 앉은 여성농민 수십여 명이 줄지어 있었다.

경사진 밭을 등지고 앉은 여성농민들은 한 손에 호미를 들고 양파 모종을 옮겨 심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근 노지에서 40여일 가량 직접 키운 양파 모종이었다.

두 명씩 짝 지은 여성농민들은 한 이랑에 모종을 다 심을 때까지 좀처럼 일어서는 법이 없었다. 10여개의 비닐 구멍 사이로 모종을 심고 뒷걸음질로 밭의 사면을 내려와 다시 모종을 심었다. 힘들 때면 잠시 일손을 멈추고 땀을 훔치거나 담소를 나눴다.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여성농민들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한 이주노동자는 이랑마다 간격을 두고 양파 모종을 군데군데 놔뒀다. 때로는 큼지막한 물통을 들고 밭을 누비며 식수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15일) 임대한 밭 중 5,000평에 양파 모종을 심은 김남호(46)씨는 “올해 한파가 일찍 시작된다는 예보에 심는 시기를 평소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겼다”며 “옛말에 가을 날씨는 하루가 열흘 차이라고 할 정도로 하루하루 기온이 달라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과 양파 한 망 당 9,000원에 계약재배한 김씨는 “종자값과 비료대, 약값, 인건비 등을 더하면 한 망 당 생산비가 대략 7,000원 수준”이라며 “수확기에 평당 1.5망 정도만 나오면 오랜 시간 고생한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싹을 틔워 모종을 만들고 모종을 정식해 수확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밭을 드나들어야 하는 10개월의 시간 중 이제 막 출발선을 넘었다.

양파 농사를 짓는 모든 농부가 그러하듯 일 년 농사를 일구는 그들의 수고로움이 내년 6월 즈음 값진 결실로 맺어지기를, 하여 크고 넓은 고창 들판 곳곳에서 붉은 망에 양파를 담는 농부의 함박미소를 쉽게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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