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에 퍼지는 한국형 축산 이력제, 어떤 결실 맺을까

축평원, 장기 연수 통해 품질평가·이력제 알리는 등 해외협력사업
“현지에 국내 축산제도 정착되면 수출 등 시장 진출도 한결 수월해질 것”

  • 입력 2018.10.21 09:58
  • 수정 2018.10.21 10:0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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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예냉실의 추위도, 통역의 번거로움도 인도네시아에서 온 연수단의 질문세례를 막지 못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원장 백종호, 축평원)이 아시아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축산물 품질평가 및 이력시스템 정착 연수 프로그램이 점차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현장견학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연수단은 한국의 높은 수준의 축산물 관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축평원은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 방한한 인도네시아 축산관련 공무원에게 축산물 품질평가·이력시스템을 알리는 연수를 진행했다. 이 연수는 인도네시아 농림부의 컨설팅 요청을 받아 마련됐으며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총 4개년도에 걸쳐 추진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연수단은 방한 기간 동안 △한국의 축산업 현황 및 관련제도 △한국의 축산물 생산관리·유통관리 △축평원의 역할 등을 교육받으며 축산물 품질평가 및 이력제의 필요성을 알아갔다. 이들은 연수를 토대로 자국에 반영할 정책수립을 위한 액션플랜을 작성했으며 앞으로 축평원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인도네시아 농업부에서 파견한 10명의 연수단은 지난 16일엔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을 찾아 소·돼지도체 품질평가에 관한 이해를 높였다. 음성공판장은 1일 평균 소 850두, 돼지 1,500두를 도축하고 있으며 소 도축량은 전체 27%를 차지해 가장 많은 물량을 점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농업부에서 파견한 연수단은 지난 16일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을 찾아 현장견학을 진행했다. 원광연 축산물품질평가원 충북지원 팀장이 등급판정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농업부에서 파견한 연수단은 지난 16일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을 찾아 현장견학을 진행했다. 원광연 축산물품질평가원 충북지원 팀장이 등급판정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연수단을 인솔한 원광연 축평원 충북지원 팀장은 직접 예냉실에서 육우 1등급 도체와 3등급 도체를 놓고 비교하며 축산물 등급판정과 이력제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연수단은 두 도체의 충추와 요체 사이를 절개한 단면이 마블링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걸 확인하자 등급판정의 특징과 관련한 정보 열람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아스릴라 라마다니 다우라이 인도네시아 농업부 공무원은 “인도네시아는 이력제가 없어 축산물의 정보를 공유할 방법이 없다. 유일한 정보는 가격 뿐이다”라며 “정부가 질좋은 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도축장을 인증하고 사육하는 소와 농장에 이력번호를 제공하는 등 첫 단추는 끼웠다. 이제 그 다음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을 배워가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법도 중요하지만 관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것 같다. 한국은 어떻게 품질평가와 이력제를 정착시켰는지 이번 기회에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연수단은 청주시에 위치한 한우농장을 찾아 축산농민과 직접 대화하며 한우 사육현장을 견학했다. 이날 연수단을 맞이한 유상옥 번영농장 대표는 후계농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축사시설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유 대표가 “아버지 대에 한우 1마리에서 시작한 축산을 지금 700두 사육까지 늘렸고 축사 관리인력이 자신을 포함해 3명이다”라고 말하자 연수단은 다들 놀라워했다. 거세우와 인공수정 등 자국과 다른 사육환경 역시 연수단의 관심을 끌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농가당 소 사육두수가 평균 2두 가량에 불과해 사육두수를 늘리는 게 목표 중 하나다. 연수단 관계자들은 점차 도시화가 진행되며 대도시의 수요를 공급이 충족하지 못한다며 생산이 가능한 암소의 도축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귀띔했다.

랜디 켄카나푸트라 위디얀토 인도네시아 농업부 공무원은 한국을 연수국으로 선택한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대표적으로 우리와 협력하는 국가로 가깝게 여기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IT 강국으로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사육부터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 농협처럼 많은 생산자조합과 조직이 설립돼 이를 배우고자 한국을 찾았다”고 전했다.

이어 연수단은 다음날인 18일엔 진천군에 소재한 풍림푸드와 체리부로 사업장을 찾아 가금산물 품질평가 현장을 견학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어 돼지고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대신 닭은 약 30억마리를 사육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축평원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몽골, 필리핀, 베트남 등 인근 아시아 국가들과도 이와 같은 내용의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회성 연수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류에도 신경을 쏟는 모습이다.

축평원은 연수 뒤 현지 모니터링을 통해 교육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현지의 실정에 맞도록 어떻게 업무와 제도에 적용했는지 그 결과도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축산업의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프로젝트화하는 데까지 내다보고 장기적인 구상을 세우고 있다. 김명삼 축평원 기획경영본부 과장은 “한국형 이력제 시스템은 축산선진국의 장점만 흡수해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한국의 축산 시스템이 현지에 적용되면 우리 축산업이 진출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라고 기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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