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정감사_농촌진흥청] PLS 전면 시행 “농민 피해 불 보듯 뻔하다”

여야 의원, 준비 미흡 지적하며 유예 필요성 역설
연구과제 선정 및 성과 부족 질타 … 기관 개혁 촉구

  • 입력 2018.10.20 13:39
  • 수정 2018.10.21 20:5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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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농촌진흥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농약의 표기상태가 먹을 수 있는 물병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두 용기를 들고 문제제기를 하자 라승용 농진청장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농촌진흥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농약의 표기상태가 먹을 수 있는 물병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두 용기를 들고 문제제기를 하자 라승용 농진청장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최대 쟁점은 전면 도입을 두 달여 앞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였다.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소면적 작물 농약 부족 및 직권등록 △항공방제·토양잔류 등 비의도적 혼입 △그룹등록 기준 적절 여부 △고령·영세농 홍보 및 인지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5년간 농진청은 연 평균 109건의 농약을 등록했으나 최근 1,670건을 속성으로 등록하고 있다. 연말까지 제대로 된 직권 등록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비의도적 오염과 토양 잔류 등의 연구는 연말쯤에나 완료될 예정이던데 대책 마련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라승용 농진청장은 “원래 직권등록은 약효·약해와 잔류성 시험에 각각 1년씩 총 2년이 소요되나 금년도엔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개정해 1,670개 등록이 가능하다고 본다. 항공방제 및 토양잔류 등 비의도적 혼입의 경우 충분히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하고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연말까지 많은 중지를 모아보겠다”고 답했다.

또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발송한 공문을 언급하며 “부적합 농산물의 폐기건수가 증가할 거란 예측과 함께 제도 유예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이후 잠정사용기준 등을 도입하며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는데 내년 제도 시행으로 농민 피해가 없을 거라 확신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에 라 청장은 “아예 없을 거라 장담할 순 없다”고 답했고 이 의원은 “이대로라면 농민들은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데 이걸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현장에선 국정감사 단골 소재인 ‘R&D 성과 부실’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 청장 등을 향해 “‘정권이 바뀌어도 농정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연구를 위한 연구, 특허를 받기 위한 연구는 이제 그만 해야 된다. 연구개발 예산은 눈먼 돈이라고 할 정도고 작년에도 똑같이 지적했다. 사업화 및 상용화 비율 등을 지표로 삼아 연구 사업 운영 전반을 혁신해야만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라 청장은 “청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바꾸고자 노력한 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로의 전환이었다”며 “산업재산권을 비롯해 재배기술·영농활용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면밀히 개선해 국민들이 직접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체제를 바꿔나가겠다”고 답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농진청 예산 증가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농가소득은 왜 이런 현실에 머무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농업인구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이대로라면 농진청이라는 조직도 필요 없게 된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농업 진흥이라는 청의 초기 설립 목적으로 돌아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농업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사용 및 사후관리 논란

예산 사용 및 관리 소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하면 농진청은 지난 1998년부터 세계채소센터 한국지소에 매년 2억7,000만원을 지원했으나 해당 예산은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았다. 김정재 의원은 “운영지침 상 예산은 센터 자체의 시험 연구나 농진청과의 공동연구에 사용돼야 하지만 봉급과 수당 등으로 전부 소진됐다”면서 “약 30년간 수십 명이 센터 소장 자릴 거쳤으나 잘못된 예산집행을 묵인해왔다. 심지어 농진청은 이를 작년에 알고 있었음에도 개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산물 가공의 중요성을 역설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비를 들여 만든 농산물종합가공센터의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현권 의원은 “지역농산물 가공산업 육성과 농민 일자리 창출 및 소득 향상을 위해 지난 2010년 이후 44개의 농산물종합가공센터가 설치됐다. 첨단 가공장비와 위생설비 등을 갖춰 농업 6차 산업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지만 예산 지원 후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라며 “국비·지방비가 각각 110억원씩 투입됐음에도 실적이 저조한 센터 대부분은 교육용 강당으로 전락한 지 오래며 농가는 센터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해 설비와 장비 모두 고철과 다름없는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라 청장은 “사후관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현재 준비 중인 30개소 포함 농산물종합가공센터 74개를 전수 점검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즉답했다.

 

농약·비료, 표기·관리 개편 촉구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촌고령화의 심각성을 부각하며 농약 표기방법 개편을 주문했다. 서 의원은 “농촌에 거주하는 10명 중 4명이 노인이고 평균연령은 67세다. 또 연간 1,000여명 이상이 농약 음독사고로 사망하는데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농약에 먹으면 절대 안 된다는 확실한 표시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준비한 농약병을 들고 “어르신들께서 과연 이걸 보고 유제품인지 농약인지 확실히 분간할 수 있겠냐”며 “현행법상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살충제·제초제 등 용도·목적명과 상표명, 경고문, 독성분류 색띠, 주의사항 등 16가지 모두를 농약병에 표시하다 보니 식별하기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농업·농촌 현실을 고려하고 농민을 배려해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지역구 충북의 음식물 등 폐기물 비료 문제를 언급한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업체가 폐기물에 생석회를 섞어 부숙시킨 다음 지역에 비료로 공급 중이다. 비료법의 허점 상 비료가 아니라고 반박할 증거가 없어 처벌도 못하고 있다”고 밝히며 “비소·카드뮴 등 중금속이 포함된 유해비료와 함량미달의 부적합 비료도 적발 후 행정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회수량이 터무니없는 실정이다. 전국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김현권 의원도 “유기질 비료의 경우 정의와 기준, 함유량과 성분 표시 등 제대로 정립된 게 없다. 때문에 음식물과 축산 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된 2013년 이후 이러한 처리·폐기 물질이 유기질 비료라 명명되며 그 사용량이 급등했고 수입 쓰레기에 불과한 유박도 유기질 비료란 이름으로 둔갑해 농토에 투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감 현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농림축산식품부 종합 감사 전까지 PLS 시행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위원회 차원에서 ‘유예 결의안’을 채택·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황주홍 위원장은 “제도 시행에 대한 일선 농가의 우려와 걱정이 무척 크다”며 “종합 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다루고 이후엔 유예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정리했다.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감을 마친 여야 의원들이 국감장 앞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국내에서 재배 가능한 아열대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감을 마친 여야 의원들이 국감장 앞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국내에서 재배 가능한 아열대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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