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농민들이 싹수가 노랗다고?

  • 입력 2018.10.19 11:51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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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명품 가방은 심했네~.”, “뭐야, 우리는 백화점 가면 안 돼?”, “나는 혹시라도 기준에 어긋날까봐 다 쓰지도 못했어.”, “내년엔 신청하려고 했는데.”

최근 청년농업인직불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로 청년농업인단체들이 시끌시끌하다. 경험담, 서운함, 한숨 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 중엔 직불금을 받는 청년도 있고, 신청했다 탈락한 청년도 있고, 내년에 확대된다고 해서 기대를 한 청년도 있었다.

청년농업인단체들은 제도의 성급한 시행보다는 시간을 두고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제대로 시행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난 여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과 청년농업인단체 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아,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고 엉뚱한 사람이 받는 경우도 허다하고, 더 넓게 확대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졸속적 제도 시행으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수입차 수리비와 명품백은 정서상 과하기는 했지만, 이 청년들이 제시된 기준을 어긴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직불금을 받기 위해 교육을 받을 때 청년들이 들었던 사용 기준은 ‘유흥과 개인 재산 증식을 위해 사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의 허술함이 만들어낸 일탈인 것이다.

청년농업인직불금은 7년 안에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다는 농촌과 농업에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절실하기 때문에 그들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가공이나 판매를 위해 고가의 장비를 살 수도 있고, 시골에서의 무료한 삶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문화생활을 하거나 물건을 살 수도 있다. 그것이 농업을 유지하고 농촌에서 더 잘 살기 위해서라면 다 큰 성인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줘야 하는 건 아닐까?

물론 국가의 지원금은 정당하게 잘 쓰여져야 하고, 혜택을 받는 사람 역시 기준과 양심을 잘 지켜야 한다. 다만 지원금의 대가로 높은 도덕성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청년농업인들은 절대 어느 언론의 표현처럼 ‘싹수가 노랗지’ 않다.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농사를 지으며 땀 흘리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논란으로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이 축소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현장의 의견을 담아 잘 채워 청년농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애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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