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식용만이 아니라 화장품원료 등 다양한 기능성까지, 잠재적 가능성에 기반한 곤충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물론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안전성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장에서 곤충산업을 이끌고 있는 농가의 목소리를 통해 현주소를 짚어봤다.
“굼벵이로 결혼까지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군산무지개굼벵이농장의 전진욱(32) 대표. 그는 창업을 고민하면서 여러 박람회와 포럼을 다니다 곤충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가능성에 주목한 전 대표는 곤충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만큼 일찍 뛰어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부모님의 고향인 전북 군산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2016년의 일이다.
귀농은 처음이라 무작정 시설투자를 한다는 건 겁이 날 수밖에 없다. 전 대표는 일단 80평 규모의 조립식 건물을 임대해 식용과 약용으로 주로 활용되는 흰점박이꽃무지(굼벵이) 사육을 시작했다. 도·소매 판매와 애완동물 사료 개발, 체험장도 운영했다. 농장의 현재 생산량은 연간 2톤 정도고 수익은 월 1,000만원 정도다.
전 대표는 “땀 흘려 일하다보니 곤충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과 올해 4월 결혼도 했고, 토지를 구매해 건물도 올려 올해 연말 농장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곤충산업은 강소농에 적합하다”며 “적은 면적에서 많은 양을 키울 수 있고, 인력 등 생산비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로사항은 역시 판로다. 수매를 해주는 곳이 없으니 스스로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곤충산업의 전망은 밝지만 생겨나는 농가가 많은 만큼 사라지는 농가도 있다”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처음엔 무리한 투자를 해선 안 된다. 확실히 판매에 자신이 있을 경우에만 뛰어 들어야 한다. 누가 팔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엔 전 대표보다 먼저 곤충산업에 뛰어든 이가 있다. 박기환(32) 엔토모 대표다. 박 대표는 2013년 중순 아버지가 운영하던 체험학습장의 6평 남짓한 컨테이너 1동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사료화 곤충보다는 환경정화쪽이 사업성이 있겠다 싶어 음식물 분해 능력이 탁월한 동애등에 단일품종에만 집중했다.
동애등에는 단백질 함량도 높고, 항균 효과도 있어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등의 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양어, 양계, 반려동물 사료와 영양제를 개발해 판매했고, “곤충 판로확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자평했다. 엔토모는 현재 연간 2.5톤을 생산하고 있지만 더 늘리기 위해 대량생산설비를 도입 중이다.
박 대표는 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부정적이라기 보단 소비자들이 곤충의 가능성을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인증 문제도 지적했다. 식용이 됐든 사료가 됐든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인증과 인허가 제도 등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외국에서 곤충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니 내수보다 수출을 유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특히 “곤충산업에 있어 바이오소재 원료 쪽으로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큰 자본을 투자해서 대량생산하는 규모의 경제보단 고부가가치의 곤충집약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강소농이 살아남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