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은 새로운 생태문명의 시작”

원테쥔 중국인민대 교수
북한농업 잠재가치 역설

  • 입력 2018.10.19 10:43
  • 수정 2018.10.23 09:4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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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테쥔 교수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농업개혁을 주도해온 중국 농경제학의 대부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생태·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그는 2005년 UN을 통해 북한 식량고문으로 활동하며 북한의 농업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경험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농정>, 대안농정대토론회, (사)국민주권연구원, (사)다른백년은 지난 17일 원 교수를 서울에 초청해 ‘북한 개혁개방과 농업중심 발전 모델’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원 교수는 북한의 농업실태와 잠재가치를 강조하며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 농업개혁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강의 내용을 정리해 지면에 옮긴다.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중국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각기 미국·소련의 투자에 힘입어 상당한 산업 발전을 이뤘다. 특히 미국의 막대한 투자를 받은 일본은 중국보다 앞선 1960년대에 벌써 산업과잉 문제에 봉착했다. 일본은 이에 1970년대부터 남한-중국-말레이시아-동남아 순으로 산업을 이전한다. 이들 산업은 저기술·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서구형 계급투쟁 및 갈등, 환경문제를 야기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 생태, 대륙과의 관계 등의 문제는 새로운 관점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남한보다 자원이 풍부하고 발전가능성이 크다. 서아시아·아프리카와 같은 비산업화 지역이기 때문에 새로운 생태를 조성할 수 있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더 이상 서구의 산업화를 따를 필요가 없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 3개 대륙을 횡단하는 새로운 생태문명 모델을 형성할 수 있고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한다.

북한이 현재 식량 위기를 맞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1980년대에 이미 도시화와 농업기계화를 완성했었다. 1980년대 북한의 1인당 평균 생산량은 중국보다도 많았다. 농업 생산능력이 약한 소련이 북한에 장비와 기름을 대면, 북한은 농산물을 소련으로 보내며 물물교환을 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 해체로 교환이 끊기자 외화가 없는 북한은 기계화 경작이 불가능해졌다. 도시-농촌 인구 비율이 7대3인 상황에서 전통적인 수작업 농사로는 식량을 자급할 수 없었다. 김정일 정권은 도시민을 농촌으로 보내는 정책을 폈지만 도시민들은 벼 이삭을 깊게 베지 못했고 그로 인해 유례를 찾기 힘든 34~36%의 수율 손실이 발생했다. 북한은 1993년부터 대규모 기아현상을 겪게 됐다.

북한은 이후 많은 농업개혁을 시도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 도농간 인구격차 문제도 있거니와,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것이 막힌 탓이 크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한의 기계화 설비가 북한에 잘 적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소규모 농기계만 지원되면 북한의 농업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한편 북한 농업엔 현재 기계와 농약, 화학비료가 없는데 이는 아주 좋은 유기농 환경이다. 중국은 물론 동남·동아시아도 1990년대 이후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은 관행농산물에 비해 2~3배의 가치가 있다. 북한이 이들 나라와 농산물을 물물교환한다면 2~3배의 식량을 확보함으로써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 등 서방국의 대북제재다.

북한의 역사에 비춰 볼 때 서구의 이데올로기에 맞춘 개혁은 불가하다고 본다. 더욱이 서구의 대규모 농장은 반인류적 범죄행위로서 갖가지 함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하루빨리 남북한이 통일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대회의장에서 원테쥔 교수가 ‘북한 개혁개방과 농업중심 발전 모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대회의장에서 원테쥔 교수가 ‘북한 개혁개방과 농업중심 발전 모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 토론열기 후끈

원 교수가 강의를 마친 뒤엔 본지 심증식 편집국장의 사회로 국내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모처럼 만난 중국 농업계의 석학에게 활발한 질문 공세를 펼쳤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북한의 농업문제를 타개하려면 자본의 공급과 함께 경영관리체계를 여러 가지 형태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농업협력과 북의 개혁개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기농업을 대안으로 제시한 원 교수의 견해엔 “유기농업이란 게 전체 농업 중 한 대안적 선택은 될 수는 있지만 국가의 농업방향 자체를 유기농으로 설정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의 협동농장 시스템을 새롭개 개편해야 하는지 혹은 현 시스템 속에서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지, 또 중국의 농업생산 방식이 규모화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견해를 물었다.

원 교수는 이에 “중국의 경우 과거 집체가 갖고 있던 토지 소유권이 농민들에게 넘어갔다. 그렇다고 집체가 해산되는 게 아니라 공공의 토지를 집체가 관리하고 농민은 그 주주가 된다. 최근 이런 집체들이 농촌 자본에 지배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본을 활용케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제안 중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김원일 대안농정대토론회 운영위원은 원 교수가 주장하는 ‘생태문명’과 ‘지속가능한 농업’에 크게 공감하며 “북한과 한·중·일의 청년 농업 교육훈련 시스템을 중국에 설치하면 동아시아 생태문명을 앞당기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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