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양곡 어디로 가야하나?

대규모 양곡 제조·판매업체 위상 굳힌다 … 농민조합원 의견 반영 구조 필요

  • 입력 2018.10.14 15:4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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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쌀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 3월 설립한 ‘농협양곡’에 대한 우려의 눈길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초기지만 지난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데다 거점양곡센터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에 농협양곡의 쌀 판매사업과 거점양곡센터 현황, 전문가들의 분석 등 4회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농협양곡의 현 주소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농협양곡 진단

1. 농협양곡 쌀사업 현황

2. 농협양곡 익산·진천·무안·안동지사는 지금

3. 부여군통합RPC 인수 둘러싼 논란

4. 농협양곡 어디로 가야하나?

지난해 7월 농민들이 전북 정읍시 정우면 정읍시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에 세워진 철제펜스에 ‘통합RPC 50억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농민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7월 농민들이 전북 정읍시 정우면 정읍시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에 세워진 철제펜스에 ‘통합RPC 50억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농민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양곡은 2021년까지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사업량을 7,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대규모 양곡 제조·판매업체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농협양곡은 거점양곡센터의 벼 수매물량을 지난해 3만9,000톤에서 올해 4만6,000톤으로 7,000톤 늘리고, 내년엔 매취사업 200억원, 조곡중개거래 1,300억원 등 판로도 확대한다. 더불어 거점 RPC 인수, 시설현대화 등을 통한 규모화, 전산시스템 및 중복기능 통합을 통한 효율화, 사업부문별 손익관리·품질관리를 통한 체계화도 추진한다.

또한 계열사 경영 컨설팅에서 제시된 계통 통합구매 및 대외 대형업체 수수료도 개선해 경영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5년 3월 출범한 농협양곡은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 중이긴 하나 외부적으로 크게 드러난 문제는 없다. 또한 농협양곡이 거점양곡센터로 인수한 전북 익산, 충북 진천, 전남 무안, 경북 안동 등의 각 지사에서도 여전히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통합RPC 인수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인수가 진행 중인 부여군통합RPC를 두고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농협중앙회가 농민조합원과 지역농협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약속하고선 몇 년 뒤 결국 시장논리에 따라 수익성을 쫓기에 여념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산물 판매부터 농자재 계통구매까지 다양한 사업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장 농민들이 무엇보다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생산비 보장하는 쌀값과 통합RPC 운영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의견 반영이다. 농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은 채 독단적인 쌀값 결정과 통합RPC 운영이 이뤄진다면 농민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앞서 농업계 전문가를 비롯한 농민들은 농협 쌀 사업의 대수술을 주문해왔다. 농협중앙회가 결정해서 내리꽂는 하향식 사업이 아닌 상향식으로 기존 RPC들의 협동조합간 협동에 기반한 쌀품목별연합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농협은 농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농협양곡이라는 자회사 출범을 강행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농업계에선 쌀품목별연합회를 만들어 농협양곡과 혼재하게 한 후 농협양곡을 매각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쌀은 농업을 상징하는 품목이다. 전국의 농민들이 농협양곡의 진로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문제는 결국 신뢰다. 이제라도 투명한 운영과 함께 농민조합원들의 요구가 반영된다면 농협양곡에 대한 우려를 그나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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