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하역비 협상 골머리

도매법인-하역노조 협상 앞두고
‘하역비 출하자 전가’ 문제 대두
공정위 처분에 행정소송 맞물려
지급주체도, 협상방식도 불분명

  • 입력 2018.10.14 10:4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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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도매법인-하역노조 간 하역비 협상을 앞둔 가락시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해온 협상이지만, 올해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문제가 제기된 만큼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났다. 하역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물론 협상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막막한 상황이다.

가락시장의 하역비 협상은 농민들과도 무관한 일이 아니다. 3년마다 꾸준히 인상되는 하역비의 부담 주체가 바로 출하자이기 때문이다. 농안법상 표준하역비(포장출하품 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하게 돼 있음에도,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위탁수수료에 ‘+α’를 붙이는 형태로 이를 출하자에게 전가해왔다(일부 특수품목 제외). 과거 도매법인-출하자 간 협의를 거쳐 굳어진 관행이라지만 분명 기형적인 형태다.

개설자인 서울시는 지난해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역비를 포함한 현 시점의 위탁수수료를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상한으로 설정한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하역비는 그대로 출하자에게 부담시키되, 앞으로의 하역비 인상분은 도매법인이 부담하게 만든 반쪽짜리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 반쪽짜리 대책조차도 법원을 넘진 못했다. 도매법인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만을 놓고 보면 앞으로의 하역비 인상분을 관행대로 계속 출하자에게 부담시켜도 일단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항소를 제기한 시점에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개정된 조례 시행규칙은 도매법인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따라 현재는 효력 정지 상태지만, 서울시가 이에 대해 즉시항고를 신청한 상태라 조만간 다시 효력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같은 일시적인 효력 유무를 떠나 최종 결정은 항소심 판결을 통해 이뤄진다.

가락시장 하역비는 협상 때마다 통상 5% 가량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개정된 조례 시행규칙의 효력 유무는 이 5% 가량의 인상분을 출하자가 부담하느냐, 도매법인이 부담하느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하역비의 부담 주체가 누군지 정리되지 않은 마당에 제대로 된 하역비 협상이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가락시장 하역비의 기형적 부담체계가 이슈화되면서 도매법인-하역노조 간 하역비 협상도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8일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가락시장 하역비의 기형적 부담체계가 이슈화되면서 도매법인-하역노조 간 하역비 협상도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8일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만약 도매법인들이 항소심에서 최종 승소한다 하더라도 하역비를 종전처럼 출하자에게 100% 전가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행정소송과는 별개로 도매법인들은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액 11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하는 행위가 비록 출하자의 양해를 구한 것이라 해도 그에 앞서 도매법인들 간 합의가 있었으므로 명백한 담합이라는 판결이다.

도매법인들은 공정위 판결에 대해서도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하역비 전가 행위는 이미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도매법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하역비 부담체계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애가 타는 건 하역노조들이다. 부담주체에 관한 혼란이 겹치면서 진작에 시작했어야 할 하역비 협상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도매법인들은 공정위 담합 조사 과정에서 기존의 도매법인-하역노조 대표단 일괄협상 방식에 주의를 받은 바 있어 협상 방식에서부터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도매법인들은 법인별 개별협상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오연준 가락항운노조 위원장은 “개별협상으로 어느 법인은 5%, 어느 법인은 7% 인상한다면 (형평성 때문에) 과연 조합원들이 수긍하겠나. 담합 요인을 피한다는 걸 빌미로 노조를 해편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제가 복잡하지만 도매법인들과 관리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모두 공정위 판결 이후 크게 위축돼 있는 모습이다. 도매법인들은 공사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고, 공사는 도매법인들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누구도 선뜻 발을 떼기 어려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락시장 하역비 협상은 상당히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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