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직불제 개혁 요구의 배경

농업선진국은 지금

  • 입력 2018.10.13 20:59
  • 수정 2018.10.13 21:0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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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조사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지난 7월 발간한 농업구조 조사 보고서의 제목은 ‘농업, 상대적으로 청년이 적은 직종’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단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유럽 선진국에서도 농사짓는 일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이 돼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EU 28개국의 농장주는 모두 1,030만명이었는데 이 중 1/3이 65세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40세 이하의 청년 농장주는 11%에 그쳤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것도 매우 부러운 수준입니다. 얼마 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취임사에 현재 1% 수준인 40세 이하 청년농을 10년 내 겨우 ‘2%’ 수준까지 높이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을 생각하면요.

우리나라에서 젊은 청년이 농업에 유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농사로 돈을 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농업에 처음 발을 들인 청년이 꾸릴 수 있는 농사 규모로는 유의미한 소득을 창출하기 어려워서’라는 말이 맞겠죠. 유럽에서도 상황은 비슷한데, 지난 연재에서 경지면적을 기준으로 한 유럽 공동농업정책(EU CAP)의 농업보조금 제도가 농민 간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아캄페시나의 지적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의 농업전문지 ‘떼르넷’은 2017년 자국 농업통계를 분석하며 ‘프랑스는 지난 25년 만에 농장의 절반을 잃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농가 수가 그렇게 줄어왔는데도 프랑스 정부의 보조금 지출 규모는 10년 넘게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답은 역시 경지면적에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엔 프랑스의 개별농가 당 경지면적이 평균 43ha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61ha로 무려 5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농민 간 양극화의 심화를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경지면적 5ha 이하의 소농가(프랑스 기준)가 생산비 상승과 더불어 갈수록 난해해지는 시장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지만 경지면적에 비례해 지급하는 보조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좌파경제지 ‘알떼르나티브 에코노미끄’는 현재의 농업보조금 제도가 농장주 사이의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보조금 지급 계약을 친환경적인 농업 기준을 준수하는 형태로 바꿈과 동시에 그러한 공익적 가치 생산에 대한 보상을 제외하고는 1인당 보조금 지급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EU CAP는 보조금 지급에 있어 각 회원국에 상당 수준의 자율적 권한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마크롱 행정부가 친환경농업 중심의 새로운 농정계획을 발표하는 근거가 됩니다. 외국의 직불제도를 따라가며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농정도 선진국이 결과를 내길 기다려 따라가지 말고 중소농을 살리기 위한 발걸음을 서둘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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