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른 건 쌀값이 아니다

  • 입력 2018.10.14 20:05
  • 수정 2018.10.14 20:0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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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폭등한 쌀값’이 연일 언론을 장식 중이다. 인기 포털 사이트에 ‘쌀’만 입력해도 ‘쌀값 폭등’이 연관 검색어로 떠오를 정도다. 쌀값은 정말 폭등한 것일까?

대부분의 언론에선 오늘날 이러한 쌀값 폭등을 생산량 감소와 정부 매입량 증가의 영향이라 호도하고 있다. 항상 ‘남아돌던’ 쌀이 왜 부족한 것인지 그 이유를 논하기도 하는데 일각에선 북에 쌀을 퍼줬기 때문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돌고 있다.

10월 현재 80kg 쌀 한 가마의 가격은 17만8,000원이다. 2015년 15만2,000원이던 쌀값은 2016년 12만9,000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15만3,000원으로 올라 1997년과 같아졌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선 쌀 20kg의 가격이 5만원에 육박하며 10월 평년 수준의 쌀값은 4만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쌀값이 평년 대비 20% 넘게 상승한 가격이라고 호들갑이다. 한 유명 일간지에선 80kg 한 가마에 13만원 하던 산지 가격이 18만원 가깝게 올랐다며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농업도 하나의 산업이다. 자본을 투입하고 노동을 더해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농업에는 경제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투자하는 자본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커지지만 도출되는 이익엔 변화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가 농민들을 만나면 토지 임차료를 비롯해 비료·농약·비닐 등 농자재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따라 매년 잘도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기에 농기계와 인건비도 크게 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은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평년 수준의 가격과 비교하며 그 상승률이 어마어마한 듯 부각된다.

올해 쌀값을 소비단위인 20kg으로 환산하면 4만4,500원이다. 즉, 100g 기준의 밥 한 공기는 약 223원인 셈이다. 식사 후 5,000원이 넘는 커피를 마시면서 300원에도 못 미치는 쌀값이 폭등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에겐 쌀값이 곧 임금이다. 최저임금은 정부의 관심과 노력 하에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쌀값은 늘 위아래로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오른 것은 쌀값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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