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르포 ] 상생 노력하는 홍성 원천마을
마을주민들 “냄새 힘들지만 이해해 …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방목장 돼지 수익은 마을로 … 수제맥주로 마을발전 계획도
가축분뇨 사용한 친환경 생태마을 구상, 잘사는 마을 꿈꿔

  • 입력 2018.10.13 15:4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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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젖소를 키우는 저도 옆집 축사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창문을 못 열어요. 축산을 하는 사람도 이 정도인데 축산을 안 하는 사람들한테는 더 심각하겠죠. 그래도 주민들이 많이 참고 이해해주셔서 함께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축산을 하는 사람들도 주민들을 배려하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원천마을 낙농가가 말했다.

지난 9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 주민들은 다함께 대추를 수확하고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크로바목장 대표 방승태씨는 주민들을 위해 직접 만든 요구르트와 치즈를 내왔다. 이날은 특별히 내년부터 본격 생산을 계획 중인 방씨표 수제 쌀맥주까지 상에 올랐다.

방씨는 요거트와 치즈 등 유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마을에서 생산하는 쌀과 보리로 수제맥주도 만들어 마을이름으로 팔 생각이다. 아무래도 축산을 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우위에 있으니 마을이 발전하는 데 기여하면서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원천마을에는 돼지 공동방목장도 있다. 마을 양돈농가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가 기증한 돼지들은 방목장에서 1년 정도 자란 후 마을이름이 붙은 돼지고기로 판매된다. 수익은 마을 부녀회에서 관리·운용한다고. 또 마을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에게 돼지를 한 마리씩 키우게 하면서 경제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가상화폐로 직접 사료도 구매하고 분뇨도 치우면서 돼지를 키운다. 출하한 뒤에는 학생들이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고 남은 수익을 가져가게 해 경제관념을 일깨워주는 교육이다.

지난 9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의 돼지 공동방목장에서 송영수 이장이 방목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의 돼지 공동방목장에서 송영수 이장이 방목장을 둘러보고 있다.

송영수 이장은 “아이들한테 돼지를 한 마리씩 주고 교육을 하는 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양돈농장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공동방목장은 시작한지 3년쯤 됐는데 처음엔 마냥 좋기만 하더니 요즘은 분뇨처리를 하려니 골치가 아픈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크게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원천마을 주민들도 축사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 주민은 “냄새가 심하다고 하니까 군청 담당자가 검사를 해보더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더라. 그러니 뭐 어쩌겠나. 지금까지 같이 살았고 앞으로도 오며가며 볼 사이인데 싸우자고 할 수도 없고. 다들 규모도 어느 정도 키웠으니 이제는 분뇨처리랑 축사 관리를 잘 해서 냄새가 많이 안 나게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마침 식사를 마치고 회관을 나서는 이도헌 대표에게 “마을에 냄새 좀 안 나게 해주세요!”라고 한 마디를 건넸고 이 대표는 멋쩍게 웃으며 죄송하다, 노력하겠노라고 대답했다.

다른 주민은 “오늘 회관에서 같이 식사를 한 사람 중에 축산농가는 둘 뿐이다. 다 같이 잘 지내면 좋겠지만 와봤자 냄새난다는 싫은 소리만 들으니까 만나는 걸 꺼려하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 “그래도 저렇게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축산농가가 있으니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잘 지내온 게 아닐까싶다”고 말했다.

원천마을은 내년부터 에너지 자립마을이자 친환경 생태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만들어 가축분뇨를 처리하고 그 에너지를 활용해 유리온실을 만들어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작물 생산에 참여할 계획이다.

때로는 인내하고 때로는 양보하며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원천마을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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