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가금 이력제인가?

다음달부터 시범사업 시행하는데 … 반대 의견 팽배
“부담만 많다” 지적 속 축평원 조직 불리기 눈총도

  • 입력 2018.10.07 13:4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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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 시범사업 시행이 다음달로 다가왔다. 가금농가와 계열업체들 사이에선 “이력제가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이 무르익는 가운데, 추진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생산자나 소비자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조직 불리기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 사범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 12월 시행을 목표로 세웠다. 현행 쇠고기와 돼지고기에서 실시되는 이력제가 닭고기, 오리고기, 달걀까지 확대 시행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달까지 이력시스템을 개발해 구축하고 가금 사육농장 현장조사 및 농장식별번호를 부여하는 한편, 시범사업 참여업체엔 이력번호표시 장비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11월부터 사육·도축·포장처리단계의 10% 대에서 1차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내년 6월엔 30% 단계에서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금 사육시설엔 농장식별번호(6자리)를 부여하고 농장 경영자는 월별 사육현황과 가금 이동 시 이동사항 등을 신고해야 한다. 도축·포장단계에선 도축시 농장식별번호를 기준으로 이력번호(12자리)를 부여해 포장처리 및 최소 단위 포장지에 이력번호를 표시하고 판매장은 이력번호 표시 및 조회가 되도록 포장해야 한다.

가금농가들과 계열업체들의 분위기는 일단 부정적이다. 비용부담과 책임만 강화될 뿐, 제도 시행으로 나아질 여건이 없다는 게 대체의 시각이다. 특히, 달걀은 살충제 파동으로 난각표기가 강화된 마당에 자칫 이중으로 표기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달걀은 난각에 이미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를 표기해야 한다. 또, 매일 불규칙적으로 생산될 수밖에 없는 달걀의 특성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생산과정에 이력제를 추진하는 건 방역조치에 포함하려는 시도로 반대하는 입장이다”라며 “수출할 것도 아닌데 불편하기만 하다”고 일축했다. 또다른 생산자단체의 관계자는 “대가축은 개체별 이력제를 하지만 가금은 현실적으로 계군별 관리를 해야한다. 그 관리를 하려면 구획설치와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농가는 관리의 어려움이 클 것이고 여러 문제점이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가금 이력제를 시행하는 배경도 불분명하다”면서 “축평원 조직만 커질 뿐 생산자도 소비자도 장점이 없다. 조직이 커질수록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금 이력제 도입의 배경으로 AI 발생과 살충제 달걀 파동을 들어 안전성 요구 확대로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AI에 걸린 닭이 유통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살충제 달걀 문제는 현재 축산물표시만으로도 생산농장 추적이 가능하다.

농식품부가 올해 초 수립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축평원 내 가금 이력제 실무 TF팀이 구성돼 사전 준비를 진행한다. 이어 내년엔 축평원 본원에 60명 가량의 인력을 확보해 가금 이력제 전담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축평원 조직 불리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가금 이력제를 본격 실시하려면,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축산물이력법)의 개정이 필수다. 가금 이력제를 담은 축산물이력법 개정안은 지난 9월,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이다. 농식품부는 연말까지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가금 이력제를 본 궤도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3일 현재 국회 농해수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개정안엔 170여개의 반대의견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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