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농가에 사육을 허해달라” … 농식품부 앞 간절한 기다림

오리협, 지난달 27일 총궐기 뒤 임원단 단식농성 돌입
AI 방역조치 규탄·지자체장 사육제한명령 회수 등 촉구

  • 입력 2018.10.07 13:44
  • 수정 2018.10.08 14:1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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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오리 입식을 금지해 AI를 예방하려는 정책은 제발 지양해 줄 것을 눈물로 촉구합니다. 제발 … 제발 부탁합니다.”

오리농가들의 간절한 기다림이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국오리협회(회장 김만섭)는 지난달 27일부터 농식품부 앞에서 김만섭 회장 등 임원진들이 AI 방역조치에 따른 피해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리협회는 같은날 그 자리에서 전국 오리농가 총궐기대회를 열고 과도한 AI 방역조치들을 규탄하며 사육제한 명령권 등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한 방역권한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수백여 오리농가들은 △강제 사육제한 조치에 따른 현실적인 대책마련 △출하 후 휴지기간 14일 적용에 따른 피해대책 수립 △예방적 살처분 범위 3㎞ 확대 계획 철회 등을 주장했다. 특히, 지자체장에 사육제한명령 권한을 부여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일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가운데)이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한 호소문 아래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가운데)이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한 호소문 아래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협회는 “요구는 간단하다. 오리사육을 금지해 AI를 예방하려는 대책은 철회하고 방역조치로 발생한 피해는 정당하게 보상하라는 것이다”라며 “AI 발생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리협회뿐 아니라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도 함께 이 날 공동성명을 내고 오리농가들에 힘을 보탰다. 이들 가금 생산자단체들은 “전국의 가금 농가들은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법과 규정을 초월한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협조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은 이를 하나씩 법제화해 가금산업을 옥죄어 오니 천인공노할 노릇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하루 전 농식품부가 발표한 AI 특별방역대책을 두고 “가금단체가 요구한 핵심사항이 빠진채 발표돼 당혹스럽다”고 평하며 “고병원성 AI는 사회재난으로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핵심 방역사항을 지자체로 위임하며 중앙정부가 그 책임과 역할을 지방에 돌려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로 이양한 방역 명령 권한을 회수하고 살처분 보상금 및 매몰비 전액을 국비로 부담하는 등 최소한의 방역조치를 다시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리협회는 총궐기대회 이후 10대 요구사항을 걸고 김만섭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농식품부 앞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육제한은 농식품부가 명확한 선정기준을 마련해 오리 수급피해가 없도록 전체농가의 20% 범위 내에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출하 후 휴지기간 14일 적용은 겨울철 4개월만 적용할 것과 입식 전 방역평가로 인한 입식지연을 방지하는 대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1일 오리협회의 요구에 대한 답변을 공문으로 보냈지만 오리협회는 “언어적 술수로 일말의 검토 가치도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식농성 6일째인 2일엔 정달헌 오리협회 이사가 단식 중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이날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한 오리농가는 “특별방역기간이지만 지역 농가들이 돌아가며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겨울철 특별방역엔 적극 협조하겠지만 남은 8개월도 특별방역과 같은 조치를 유지해 아예 오리를 못 키우게 하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농식품부와 오리협회 단식농성장의 거리가 유난히 멀게 느껴진다.

그러던 지난 7일 농식품부는 단식농성 11일차에 접어든 오리농가 협상단과 과도한 사육제한 자제를 골자로 AI 방역조치를 개선할 것을 합의했다. 오리협회는 이날 오후 2시 농식품부 실무진과 △농식품부-지자체 협의로 과도한 사육제한 자제 △전체 농가의 25% 이내에서 겨울철 사육제한 시행 △농가 외 직접 피해 받는 계열업체 지원방안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급 불안 최소화를 이해 11월부터 2월 말까지 4개월 동안만 출하 후 14일 휴지기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추가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협의로 개선을 약속하는 내용까지 포함해 같은 날 오후 4시 농성장을 방문한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과 합의문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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