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밭담, 제주 경관의 숨은 공신

  • 입력 2018.10.07 11:0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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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네 번이나 제주에 들어갈 일이 있었던 입사 첫해와 달리 올해는 이번 방문이 처음이었다. 1년 만에 보는 제주는 역시 쉬이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한 번 가본 사람도 계속해서 가고 싶다 느끼게 하는 귀한 곳. 제주의 매력은 당연하고 또 유일한 것이어서 그동안 그 근원을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밭담을 다루며 깨달았다. 해변가 카페에서건, 내륙 마을의 민박집 전경에서건 ‘제주는 역시 다르네’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푸른 바다도 우뚝 선 한라산도 아닌 지천에 당연하게 널린 돌이었음을. 제주 삼다의 돌이라 하면 으레 자연 속에 거대하게 박혀있는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생각했지만 그것도 짧은 생각이었다. 진짜배기는 제주 어디에서나 제주만의 경관을 만들어 내는 집담과 밭담들이었다.

제주 경관의 비밀을 이제야 알았건만, 최근엔 개발 여파로 사람이 쌓은 돌들이 사라지고 없어지는 추세라는 말을 이번 방문 동안 여기저기서 들었다. 농사짓는 농민들 역시 밭담이 무너져도 굳이 다시 쌓으려 하지 않아 이젠 ‘돌챙이(마을석공)’들도 몇 남지 않았다고 한다.

멀리 보지 않아도 최근엔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례가 있었고, 요즘 제주 동쪽에 들어서네 마네 한참 시끄러운 제2공항이 건설된다면 또 다시 수많은 농경지와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제주 농촌을 상징하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밭담들과 함께. 그럼에도 도내에는 제주 지역의 발전을 명분으로 이런 대규모 개발을 찬성하는 여론이 많다고 한다.

물론 앞으로 밭담이 점점 사라지고 앞으로 제2의 구럼비가 폭파돼도 화산섬 제주도엔 여전히 돌이 많겠지만, 야금야금 사라진 우리의 문화는 돌아오지 않는다. 제주만의 경관도 서서히 잃게 될 것이다. 그렇대도,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며 땅과 담을 내어주자는 사람들만을 탓할 순 없다.

밭담은 농민 스스로 쌓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도전할 정도로 이것들이 소중하다면 국가와 제주도는 응당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마땅하고, 더불어 밭을 지키고 있는 제주농민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가치에 걸 맞는 보상을 되돌려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굳이 다른 삶의 방향을 생각할 필요 없도록 돌담 친 밭에서 농사를 지어도 먹고 살만한 환경과 소득을 보전해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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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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