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마력 트랙터, 성능은 50마력?

업체 실수로 대두된 홍보·표기의 문제점
대부분 더 높은 엔진 출력을 홍보에 활용
PTO출력, 구매 전 눈여겨 확인해야

  • 입력 2018.10.07 10:06
  • 수정 2018.10.07 10:2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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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학산리 일원에서 LS엠트론 관계자와 농민, 경찰 등이 모인 가운데 트랙터 출력 테스트가 진행됐다. 문제가 불거진 해당 트랙터는 직원 실수로 59마력이 아닌 45마력의 표지판이 잘못 부착된 채 출하됐으며 기계에는 실제 59마력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농민들은 트랙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PTO출력이 아닌 엔진출력을 부각시키는 업계의 홍보 방법에 반감을 드러냈다.
지난 2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학산리 일원에서 LS엠트론 관계자와 농민, 경찰 등이 모인 가운데 트랙터 출력 테스트가 진행됐다. 문제가 불거진 해당 트랙터는 직원 실수로 59마력이 아닌 45마력의 표지판이 잘못 부착된 채 출하됐으며 기계에는 실제 59마력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농민들은 트랙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PTO출력이 아닌 엔진출력을 부각시키는 업계의 홍보 방법에 반감을 드러냈다.

“분명 59마력으로 알고 샀는데, 트랙터에 붙어있는 표기마다 출력이 다 다르니까….” 최근 LS엠트론 트랙터를 구매한 농민의 하소연이다.

경북 성주군의 농민 이희동씨는 지난달 말 관내 대리점에서 59마력 트랙터를 구매했다. 2,9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계약을 체결했고 며칠 뒤 물건을 받아 본 이씨는 본체 형식표지판에 명시된 규격과 엔진 등 기계 다른 부분에 표기된 출력이 각각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이씨는 “59마력 트랙터를 샀는데, 엔진엔 33.5kw로 표기돼 있었다. 33.5kw는 45마력이다. 업체 쪽에 확인해보니 표지판을 잘못 붙인 거라 하던데 기계화된 공정상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기계 본체의 형식표지판에는 규격으로 39kw가 표시돼 있고 형식표지판은 아니지만 또 다른 부분엔 디젤 43.3kw라고 써 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과 영업총판 등 관계자들은 59마력 엔진이 탑재된 게 맞고 표기만 잘못된 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 동안 주변에서도 해당 회사 농기계를 사용하면서 힘에 부친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의심이 됐고 만약 공정상 실수가 있어서 엔진이 잘못 탑재된 거라면 다른 농민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LS엠트론 관계자가 성주읍 학산리에서 엔진 출력이 잘못 표기된 59마력 트랙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일 LS엠트론 관계자가 성주읍 학산리에서 엔진 출력이 잘못 표기된 59마력 트랙터를 살펴보고 있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트랙터가 생산되는 공정은 기계화돼 있지만, 표지판 등을 붙이는 건 사람이 직접 한다.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직원이 한 달 밖에 안 된 신입이었고 실수를 한 건 인정하지만 59마력 트랙터에 45마력 엔진을 탑재하고 그걸 속여서 판매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단언하며 “이와 관련해 본부에서 전수검사를 했고 지금 문제가 된 이 트랙터 단 한 대에만 실수가 있었던 걸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2일 이씨가 구입한 트랙터에 대한 업체 측 출력 테스트가 진행됐다. 트랙터를 검사 기계가 있는 매장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농민과 업체측 간 언쟁이 있었지만 현장으로 직접 출력 테스트 기계를 가져오기로 합의했으며 성주읍 학산리 일원에서 엔진 출력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현장에 모여든 몇몇 농민들은 업체 관계자를 향해 “평소 트랙터가 힘이 약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주변에서도 크기만 크고 성능이 떨어진다고 얘기했다”면서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한편에선 “이번 일이 직원 실수로 발생했다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업체 자체적으로 전수 검사한 결과 이 한 대만 그렇다고 얘기를 해버리면 앞으로 뭘 어떻게 믿고 LS트랙터를 사용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이날 실시된 출력 테스트 결과 해당 트랙터엔 59마력 엔진이 탑재된 걸로 확인됐다. 업체 측에 따르면 59마력 엔진의 경우 동력을 외부로 인출하는 동력인출장치(Power Take Off, PTO)의 최대 출력은 39kw지만 이날 현장 테스트에선 36kw을 넘는 수준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LS엠트론 서비스 관계자는 “39kw는 말 그대로 최대 출력을 의미한다. 최근 환경오염 규제 등으로 대부분 트랙터에 Tier 4 엔진이 탑재되는 데 이 경우 엔진이 더 일을 할 수 있어도 배출되는 매연 등 가스의 양을 고려해 한계까지 밀어붙이질 않기 때문에 그보다 적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장의 농민들은 “다른 회사의 트랙터도 다 그렇다고 하는데 대리점 등에서 기계를 판매할 때는 엔진 마력 수만 내세운다. 실제 일할 수 있는 능력은 PTO출력이라는 건데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거다”라면서 “최대 출력이라고 하는 것도 환경이 안 맞으면 발휘가 안될 수 있다고 말하면 농민 입장에선 뭘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했다.

지난 2016년 개정된 「농업기계화 촉진법」에 따르면 농업용 트래터·동력운반차·로더·굴삭기 등의 농업기계에는 ‘농업기계 형식표지판’을 해당 기계의 본체 및 엔진에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형식표지판에는 기종과 형식명을 비롯해 제품의 규격 등을 명시해야 되는데 트랙터의 경우 규격으로 표시된 수치가 PTO출력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분석검정센터 농기계검정팀 정성림 책임연구원은 “실제 농민이 트랙터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건 PTO출력이다. 엔진이 기어 등을 거쳐 동력인출장치로 넘어갈 때 출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업체나 대리점 등에서 홍보를 할 땐 PTO출력보다 엔진출력이 더 높기 때문에 엔진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농업기계의 형식표지판을 참고하면 PTO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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