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정책 전환으로 ‘경자유전’ 원칙 지켜내야

  • 입력 2018.10.06 15:24
  • 기자명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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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우리 농정은 무관심·무책임·무대책의 3무 농정’이라며 ‘농민이 대접받는 나라’를 약속했다. 특히 ‘농지법을 개정하여 경자유전의 법칙을 재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권 후 농업정책 실천은 어떠한가. 대통령 직속 농특위 설치, 직불제 중심으로의 농정전환, 친환경생태농업 확대, GMO 완전표시제 실시 등 공약은 실종됐다.

문재인정부 하에서 농업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6년 식량자급률은 50.9%이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8%밖에 안 된다. ‘2018 양정자료’에 따르면 2017년 식량자급률은 48.9%, 곡물자급률은 23.4%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문재인정부는 식량자급률 향상 의지를 포기했다. 올해 2월 내놓은 ‘2018~2022 농발계획’에서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를 60%에서 55.4%로, 곡물자급률은 32%에서 27.3%로 낮췄다.

농지 전용 확대와 비농민 소유농지 증가

식량자급률의 하락은 농지의 감소와 낮은 경지이용율 탓으로 농업생산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체농지 지정제도 폐지 및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 농지전용 촉진정책을 추진해온 탓에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농지 약 16만 5,000ha가 감소했다. 농지전용면적은 2014년 1만718㏊까지 줄었지만 이후 다시 증가해 2017년에는 1만6,296㏊나 됐다. 그 결과 경지면적은 2014년 169만ha에서 2016년 164만ha, 2017년 162만ha로 감소했다. 2022년에는 154만6,00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도 농지전용을 촉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 30일 공고한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업진흥구역 안에 설치돼 있는 건축물 중 2015년 12월 31일 이전 준공된 건축물 지붕에만 태양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준공시기 제한을 폐지했다.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를 전용해 설치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면적 상한도 1만㎡이하에서 3만㎡이하로 확대된다. 농지로의 원상복구를 조건으로 농지를 6개월 이내의 단기간 타용도로 이용할 경우 농지전용허가나 일시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일시사용신고만으로 가능하게 된다.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를 전용해 설치할 수 있는 공공업무시설 및 노유자 시설, 기숙사, 학교 등의 현실적인 면적 소요를 감안해 농지전용허가 면적 상한도 확대된다. 농식품부 장관이 시도지사에 위임하고 있는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전용허가(협의) 권한도 확대된다.

한편 비농민의 농지 소유 확대 등으로 임차농지 비율은 2014년 49.9%에서 2017년 51.4%로 상승했다. 전체 농지 162만ha 중 임차농지 82만ha의 대부분은 노동력이 부족한 재촌 노령 은퇴농가의 소유지다. 부재지주 농지 면적은 모두 29만ha가량 되는데, 이 중 타시군구 거주자 소유가 18만ha, 타시도 거주자 소유가 11만ha다. 임차농가 비율은 2017년 56.4%에 달한다.

2017년 호당평균 농가소득은 3,824만원으로 도시근로자 대비 63.5%, 전국 가구 대비 70.5%에 불과하다. 농업소득은 1,005만원으로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젊은 층이 농촌을 떠난 결과 농업경영주 연령 65세 이상 농가 비율이 2015년 53.5%에서 2017년 58.2%로 늘어났고, 경영주 평균 연령도 같은 기간 65.6세에서 67세로 높아졌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업소득을 늘려 농업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정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직불제 확충을 중심으로 한 농가소득 증대정책이 절실하다.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 동안 수입개방, 구조개선 촉진 등 시장지향적 농업자립정책으로 바로 넘어가면서 생략됐던 소득보장적 농업보호정책을 이제라도 시행해야 한다. 농지정책 분야에서는 농지를 지키고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해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이 공약했던대로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재확립 할 수 있는 농지정책을 시급히 시행해 줄어드는 농지를 지키고 위태로운 농민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 지난 3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상동리의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베고 있다. 한승호 기자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이 공약했던대로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재확립 할 수 있는 농지정책을 시급히 시행해 줄어드는 농지를 지키고 위태로운 농민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 지난 3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상동리의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베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자유전 원칙의 재확립

우선 농지법을 전면 개정해 헌법에 규정된 경자유전 원칙을 재확립해야 한다. 경자유전 원칙은 농지는 투기나 재산증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경작에 종사하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업은 국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농지의 유한성과 회복불가능성에 비춰 각국은 예외 없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스위스는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밖에 독일,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은 우리의 현행 법률보다 한층 강화된 경자유전의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매매허가제를 실시하여 비농가의 농지소유를 규제해 임차농지 비율이 20% 수준에 그친다. 독일에서는 농지의 안전한 상태의 유지, 세분화 방지, 안정적인 가격 유지를 위하여 농지거래는 농업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농지법 제6조 제1항을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에서 ‘농지는 농업인이 자경하거나 농업법인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 또는 이용할 경우에 한하여 이를 소유할 수 있다’로 개정해야 한다.

경자유전 원칙의 재확립은 그동안 미뤄왔던 과제를 뒤늦게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1994년 농지법 제정 당시 농업인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자유전의 원칙을 철저히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됐고,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비농민의 농지소유가 상당 부분 허용되게 됐다.

농지법 제6조 제2항에 규정된 비농업인의 예외적 농지소유허용에 관한 규정 중에 3호의 ‘상속에 의하여 (1ha 미만) 농지를 취득하여 소유하는 경우’ 및 4호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던 자가 이농하는 경우 이농 당시 소유하고 있던 (1ha 미만) 농지를 계속 소유하는 경우’를 규정함으로써 헌법 제121조 제1항을 사실상 파기하는 위헌적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예외적 비농민 소유농지를 대폭 축소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해 경과규정을 두고 경자유전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7일 헌법의 경자유전과 소작제금지 원칙 확립, 농지임차인 보호를 위한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농업인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더라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2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해야 하며 다른 농업인에게 임대를 허용했던 특혜를 없앴다.

또한 이농인은 이농 후 4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하도록 했다. 다만 현재 귀농인과 청년농업인에게 저렴한 차임으로 농지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위탁 임대할 경우 처분의무를 유예하도록 했다.

독일과 같은 농지 일자상속제 도입(타 상속인에게 토지의 농업수익 가치 보상 조건, 상속세 면제)이 필요하다. 이것은 영농후계자를 확보하고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임차농 보호

농지가 농민의 소유냐, 비농민의 소유냐의 문제를 떠나 당장 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임차농지 비율이 51.4%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농지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골자는 60세 이상·5년 이상 자경 고령농업인의 임대차와 농산물 수출단지나 친환경농업지구 등에서의 농지임대차를 허용하는 한편, 다년생 식물재배지나 시설 투자가 많은 고정식 온실 등에 대해서는 최단 임대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 김현권 의원은 위의 농지법 개정안에서 농산물 생산소득의 10% 이내에서 농지임대차관리위원회가 차임을 정하고 시군 지자체가 이를 고시하고, 농지임대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과거보다 시설투자가 많이 요구되는 현재 농업에서는 모든 작물재배에서 영농 3년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최소 7년 또는 10년은 보장해야 할 것이다.

농지전용 규제 강화

농지임대차가 줄지 않고 비합법적 임대차가 늘어나는 것은 농지가격 상승에 따른 투기 이득으로 비농민의 투기적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고령 농가 등 일부 농민들도 투기적 이득을 기대한다. 농지가격은 농업적 이용에 따른 수익의 현재가치에다 농지전용에 따른 수익의 현재가치를 합친 가격으로 결정된다. 전용 수익 가치는 전용 확률과 전용 시 발생할 수익을 곱해서 나온다. 농업수익에 따른 농지가격과 시장가격 간의 격차가 클수록 농지에 대한 투기적 소유 동기는 높아진다.

농지전용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농지전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유럽은 공공의 개발계획이 아닌 이상 개인의 농지전용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전용시 발생할 수익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은 농지전용 부담금을 높이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농지전용 부담금을 현행 개별 공시지가의 30%에서 50%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농업소득 보장

농지를 지키고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지 소유에 대한 규제 강화, 임대차 보호 강화, 전용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지규제에 소극적이다. 특히 농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령 농가들은 농지 소유, 이용, 전용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농지를 이용한 농산물 생산에 대해 소득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142%였던 경지이용률이 현재는 106%로 하락한 것도 농산물가격 보장이 후퇴한 탓이다.

공익을 위한 농지 소유 및 이용, 전용 규제 강화로 농지가격이 안정되면 영농규모 확대를 추구하는 농민에게는 이득이다. 그러나 농지를 매각하고자 하는 노령 농가 등 일부 농민들은 재산상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책이 강구돼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직접지불제를 확충하여 농가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

그린벨트 주민의 재산권 행사 침해에 대해서 그린벨트를 풀어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그린벨트 주민에게 경제활동 억제에 따른 소득 감소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필요한 재원으로는 농지전용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와 FTA이행 기금(무역이익 공유제에 따른 기업의 부담 등) 등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토지·주택문제 해결 병행

농지가격이 농업수익지가를 넘어서 오르는 것은 주택, 공장, 상업시설, 음식점, 위락시설 등 도시적 용도로 전용이 이뤄질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큰 수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농지전용 시 발생할 수익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도시 토지·주택에 대한 소유, 이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개인의 경우 1가구 1주택 원칙 등으로 거주 목적 이외의 투기적 주택 소유를 불허해야 한다. 투기적 이득의 근거가 되는 임대료 인상 억제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해서 임차기간 연장 보장(주택임대차 갱신거절권 제한), 임차료 인상 규제 강화 등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효율적으로 농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농지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7월 이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취득한 모든 농지 16만3,000ha와 타시도 거주자가 소유한 부재지주 농지 11만ha 중 2만1,000ha, 합계 18만4,000ha를 대상으로 하는 ‘2018 농지이용실태조사’를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다.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가 설치된 농업용 시설 부지도 이번 조사 대상이다. 타시도 거주 부재지주 소유농지 중 30%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정확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행정조치를 위해서는 전수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농정에 대한 속시원한 돌직구, ‘농사직썰’을 매월 1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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