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권리, 국제규범이 되다

  • 입력 2018.10.06 15:1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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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른바 ‘농민권리선언’을 의결함에 따라 앞으로 농민의 권리를 규정하는 새로운 국제규범이 탄생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유엔 총회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인권이사회에서 2/3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된 농민권리선언이 총회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서 농민권리를 국제규범으로 제정할 것을 요구해 왔던 국제농민연대조직 ‘비아캄페시나’의 활동이 17년 만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게 됐다. 본지는 그동안 비아캄페시나 회원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단체들과 함께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농민권리선언의 실현에 힘을 보탠 바 있다.

그동안 농민권리선언 채택을 가장 완고하게 반대했던 미국이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함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는 찬성 33개국, 반대 3개국, 기권 11개국으로 농민권리선언이 통과됐다.

이번 표결에서 우리 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기권’을 선택함으로써 농민권리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을 드러냈다.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닌 소극적으로 어중간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정부가 취한 소극적인 태도는 국내에서도 여실히 이어졌다. 새로운 국제규범으로서 농민권리선언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당사자들과 협의를 통해 공론을 모으기 보다는 그저 담당 부서가 실무적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그러다보니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농촌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인 농식품부 내에서도 소수의 담당자 외에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민권리선언이 수많은 조항으로 구성돼 있기는 하지만 핵심 취지는 ‘농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고, 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와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는 나라별로 국내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문화하는 것도, 토지공개념에 따라 농지의 소유·보전·이용을 철저히 하는 것도 농민권리선언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아울러 소득주도 성장이나 공정경제 혹은 포용적 성장국가 등과 같은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 농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포함하는 것도 농민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농민권리가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등장하는 시대를 앞두고 정부가 지금까지의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과 제도 마련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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