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양곡, 부여군통합RPC 인수 둘러싼 논란

53억원 부채 청산 조건 … 결국 농민조합원만 피해

  • 입력 2018.10.05 09:18
  • 수정 2018.10.05 09:2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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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쌀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 3월 설립한 ‘농협양곡’에 대한 우려의 눈길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초기지만 지난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데다 거점양곡센터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에 농협양곡의 쌀 판매사업과 거점양곡센터 현황, 전문가들의 분석 등 4회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농협양곡의 현 주소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농협양곡 진단

1. 농협양곡 쌀사업 현황

2. 농협양곡 익산·진천·무안·안동지사는 지금

3. 부여군통합RPC 인수 둘러싼 논란

4. 농협양곡 어디로 가야하나?

농협양곡의 인수 조건이 적시된 부여군통합RPC 이사회 자료.
농협양곡의 인수 조건이 적시된 부여군통합RPC 이사회 자료.

농협양곡의 부여군통합RPC 인수가 결정됐으나 농민조합원들의 반발로 홍역이 일 전망이다.

부여군통합RPC는 지난해 관내 6개 농협 조합장이 참여하는 결산 총회에서 농협양곡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 2012년 100억원에 달하는 쌀 판매 사고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53억원에 달하는 자본 잠식을 겪고 있어서다. 부여군통합RPC 주요 관계자는 “구조조정 방안으로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 자체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농협양곡 합병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여군통합RPC는 올해 2월 농협양곡의 거점양곡센터 설명회에 참여했고, 3월 참여신청서를 제출했다. 4월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가운데 농협양곡이 현장실사를 거쳐 인수 조건을 제시했고, 내년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내년 7월 인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농협양곡이 제시한 인수 조건이 알려지며 농민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양곡은 인수 조건 중 하나로 53억원의 부채 청산을 내걸었다. 쌀 사고 금액 중 민사소송을 통해 20억원을 확보하고, 농협양곡이 실사를 통해 부여군통합RPC의 재산가치를 감정한 15억원을 더하면 35억원이다. 18억원이 부족한 셈인데 이를 지분에 따라 지역농협이 부담하면 그 피해가 농민조합원에 전가된다는 것이 농민조합원들의 지적이다. 또한 부여군통합RPC에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감가상각이 끝난 상태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한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농민조합원들의 문제의식은 무엇보다 부여군통합RPC의 적자구조가 직원의 횡령이나 미숙한 경영 때문이지만 결국 농민조합원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부여군농민단체협의회에선 △부여군통합RPC 부실 이유 규명 △농민조합원과의 위기극복 대안 마련 △공개적, 민주적 RPC 운영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농협양곡 매각만이 능사가 아니라 농민조합원과의 소통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부여군통합RPC 주요관계자는 “53억원 중에 40억원은 금년도 수익으로 조달이 가능하다. 실제 변상금액은 10억원 정도로 참여농협별로 1~2억원밖에 안되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며 “미숙한 경영 때문에 사고가 난 건 맞지만 사고를 해결하려면 매각밖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여군농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농협 조합장들은 적자가 아닌 흑자농협 조합장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니 경영정상화라는 포장 속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도 농민조합원 의견 반영이 잘 안 되는 가운데 농협양곡에 인수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농협양곡이 쌀 판매를 잘해주겠다고 하지만, 생산비 보장 차원이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기에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여군농민단체협의회가 여러 논란 속에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공동대응을 표면화할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농협양곡은 앞서 2020년까지 전국에 7개 거점양곡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아래 지난 2016년 전북 익산을 시작으로 충북 진천, 전남 무안, 경북 안동 등의 통합RPC를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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